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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대표

보험은 가장 아름다운 금융상품<br>삶 보듬어주는 따뜻함에 반했죠



여성 우대보다 공평한 기회 주는게 중요… 가정-일 균형 맞출 수 있어야 인정받아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열정 가진 전사형 젊은인재 많아져야
남편 암투병 끝에 세상 떠났지만 배려·용기 가르쳐 준 '내 모든 것'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른 인사들을 만나보면 삶을 관통하는 공통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성공의 전제조건으로 흔히 꼽히는 '최선' '열정' '도전' '꿈' 등과 같은 긍정적 가치다. 그러나 한겹 더 열고 들어가보면 이들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들 가치는 성공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을지언정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었다. 자기만의 성공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플러스 알파'라는 게 꼭 있다. 국내 금융회사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손병옥(61ㆍ사진) 푸르덴셜생명 대표다. 그의 알파는 '의미 찾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손 대표는 삶의 구간마다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며 자신만의 성을 쌓아왔다.

보험의 'ㅂ'자도 몰랐어요

지금에야 잘 알려진 생명보험사 CEO지만 사실 손 대표에게 보험업은 처음 만난 연인과도 같았다. 손 대표는 대학(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을 졸업한 후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미들랜드은행ㆍHSBC은행 등 외국계 은행에서 17년간 근무했다. 사회인으로서의 전반전은 뱅커였던 셈이다. 그리고는 남편(이석영 전 중소기업청장ㆍ작고)의 해외발령으로 미국에서 3년간 전업주부로 살았다.

"지난 1996년에 귀국하면서 지인의 도움으로 푸르덴셜생명과 인연을 맺게 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보험의 'ㅂ'자도 몰랐죠. 당시만 해도 보험업이라는 게 생소했습니다. 은행에 다니던 딸을 자랑스러워하던 어머님은 친구분들에게 그냥 외국계 회사에 입사했다고 숨기실 정도였으니까요(웃음). 그런데 교육의 첫날을 기억합니다. 당장 우리집 대문에다 '푸르덴셜생명'이라는 문패를 걸고 싶어졌어요."

손 대표는 교육 첫날 '보험은 따뜻한 것'이라는 의미를 깨달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인생의 승부를 걸어보자'고 다짐하게 됐다. 사회인으로서의 후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뱅커가 아닌 보험인으로서…. "보험은 인간의 삶을 지탱하고 보듬어주는 상품입니다. 전 보험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금융상품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보험에는 삶ㆍ죽음ㆍ질병ㆍ노후 등 인생살이의 모든 것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원포올 올포원(One for all, all for one)'의 이타적 정신이죠."

손 대표의 약력은 그의 주특기가 인사와 재무라고 말하고 있다. 손 대표는 그러나 자신의 주특기는 수없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정신'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일의 목적과 의미에 대한 정당성만 주어진다면 일단 해본다. 큰 임무가 맡겨졌다고 해서 '실패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을 가져본 적은 없다"면서 "실패 속에도 교훈은 있었다. '7전8기'라는 말을 많이 했지만 지금과 같은 변화의 시대에는 100번 쓰러져도 101번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균등한 기회만 주면 된다

여성 CEO가 지휘하는 기업인 만큼 푸르덴셜생명은 경쟁사에 비해 여성인력 활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임원 20명 중 여성임원은 4명이고 매니저급에도 여성인력이 다수 배치돼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여성우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우대 정책은 또 다른 역차별이 될 수 있어요. 그저 균등한 기회만 주면 됩니다. 그리고 성과에 따라 그에 맞는 보상을 해주면 됩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인력을 더 많이 활용해야 합니다. 여성인력이 더 훌륭해서가 아닙니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니까 기회를 공평하게 줘야 해요."

손 대표는 직장인 여성들에게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추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에너지를 가정에 절반, 직장에 절반씩 나눠 쓰는 기계적 균형이 아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에너지의 비중을 조절하는 유기적 균형에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여성인력의 사회진출은 크게 늘었지만 사회 인프라는 아직 그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일이죠. 이런 상황에서 제가 나름대로 깨달은 교훈은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쉬워요. 회사에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으면 직장에 무게중심을 두고 가정에 일이 있으면 가정 일에 더 많은 신경을 쓰면 됩니다. 제가 그랬어요. 남편이 아플 때 저는 가정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어요."

젊은이여! 전사가 되라!

손 대표는 전사 같은 직원을 높이 평가한다. 예전에는 사위 삼고 싶은 남자직원, 며느리로 들이고 싶은 여자직원을 선호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단다. 지금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는 뛰어난 순발력으로 문제해결에 나서는 적극적인 인재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실패는 해도 후회는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성장통이란 말이 있죠. 누구에게나 성장통이 찾아옵니다. 아프죠. 아프지만 그만큼 성장한다는 의미입니다. 성공하고 싶나요? 그럼 도전하세요.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마세요. 실패 속에는 반드시 교훈이 있습니다."

손 대표는 열정을 품은 전사형 인재들에게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동시에 많은 젊은이들이 열정을 잃고 모든 것을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도 했다.

"열정은 타고 나야 한다고 말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열정은 습관입니다. 자신이 만들어가는 거죠. 모든 일을 '마지막 프로젝트'라고 여기세요.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열정을 다하면 신기하게 실패할 일도 사라질 것입니다. 전 아직 억울할 때가 많아요. 지난날에 더 많은 열정을 가졌다면 얼마나 더 발전했을까 하고 생각하죠." 그래서였을까. 돈이 있다면 무엇을 사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시간을 사겠다"고 답했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자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You're my everything….



손 대표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남편인 고(故) 이석영 전 중소기업청장이다. 전업주부에서 귀국 직후 우연히 찾아온 보험업으로의 도전을 망설일 때 힘을 준 것은 다름 아닌 남편이었다. 이 전 청장은 5년여간의 암투병 끝에 2007년 세상을 떠났다. 손 대표는 그 5년여의 시간이야말로 본인 인생의 '프라임타임'이었다고 표현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남편입니다. 높은 지위에 올랐다고 해서가 아닙니다. 남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정신을 그분에게 배웠어요. 어떻게 보면 평생의 스승인 셈입니다. 암이 발병하고 나서 그분은 단 한번도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찾아왔을까'라고 자책하지 않았어요. 아픈 내색도 잘 하지 않고 늘 남을 배려했습니다. 그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욕심 많던 저조차도 변했습니다."

그는 암투병 중인 남편과 매일같이 양재천을 손 잡고 걷던 시간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기억한다. 그에게 남편의 존재는 무엇인지 물었다. "에브리싱(Everything)"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손 대표는 회사에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아직도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기도한다. 사진=이호재기자






● 손병옥 대표는

▲1952년 부산 ▲1970년 경기여고 ▲1974년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1974년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 ▲1979년 브루클린 세이빙스은행 보스턴지점 ▲1986년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1987년 HSBC은행 서울지점 ▲1995년 조지메이슨대 영어교육학석사 ▲1996년 푸르덴셜생명 인사부장 ▲2011년~ 푸르덴셜생명 대표








난치병 어린이 소원 들어주는 희망전도사로

■ 푸르덴셜생명의 사회공헌
조혈모 기증도 활발 12명 목숨 살려내

박해욱기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어느새 시대적 조류가 돼버려서 방식도 다양하고 종류도 많아졌다. 푸르덴셜생명이 운영하는 '메이크어위시(Make a wish)재단'은 그 중에서도 자사만의 영역을 구축한 대표적 공헌활동으로 꼽힌다.

이 재단은 이름 그대로 난치병을 앓는 환아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사업을 진행한다. 지난 1980년 미국에서 시작됐고 한국에는 푸르덴셜생명이 2001년에 들여왔다.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대표는 "누군가는 죽어가는 아이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게 사치가 아니냐고 하지만 작은 소원을 이룸으로써 생명을 연장해가는 아이들을 보면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픈 아이들의 소원은 아이들답게 소박하면서도 희망찬 게 대부분이다. '제주도 바다를 보고 싶다'에서부터 '맛난 초코케이크를 먹고 싶다'까지. 어떤 아이들은 재단을 통해 빌 게이츠도, 박인비 골프선수도 만났다. 현재 이 재단이 매년 이뤄주는 아픈 아이들의 소원은 약 350여개로 매일 한개씩의 소원이 이들의 희망을 키워주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이 진행하는 또 다른 사회공헌활동 중 주목되는 것은 조혈모 기증사업이다. 신체 건강한 젊은이들 것만이 필요한 조혈모의 특성상 푸르덴셜생명의 대다수 젊은 직원들은 조혈모 기증서약을 맺었다. 그렇게 해서 살려낸 아이만도 벌써 12명이다. 조혈모 매칭 확률이 2만분의1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대단한 성과다.

손 대표는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식 가능한 조혈모만 찾으면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기증자가 별로 없어 죽어가는 아이들이 많다"며 "푸르덴셜생명은 가두캠페인이나 대학생 공모전 등을 전개해 조혈모 기증의 필요성을 적극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르덴셜생명의 이 같은 사회공헌활동에는 손 대표의 봉사정신이 뿌리가 됐다.

손 대표는 "어느 날인가 딸아이가 밤 늦게 귀가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서울역 노숙자들에게 '밥퍼' 봉사활동을 하고 왔단다"라며 "작고한 남편과 함께 많은 사회봉사활동을 해오면서 아이들에게 귀감이 됐던 것인데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원봉사란 남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도 보람과 기쁨으로 돌아오는 것"이라며 "언제까지 푸르덴셜생명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을 떠나게 되더라도 재능기부 등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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