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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1C 유신실험] (3) 색깔 드러내는 '하토야마 정치'

관료·세습·파벌정치 대수술 의지…리더십 확보가 관건<br>"내각 인선 혼자결정" 파벌지분 사실상 무시<br>예산등 총괄 권력기관 신설 관료개혁 주도<br>조직적·집요한 저항 예상…성공여부 미지수

“(신임 각료 임명) 인사는 당 대표의 전권 사항으로 당내의 이론이 없다. 나 혼자 결정해 결론을 내겠다.” 차기 총리에 취임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는 각료 인선의 모든 책임과 권한을 자신이 갖겠다고 나섰다. 하토야마의 이 같은 발언은 일본 정치의 관행인 ‘파벌의 지분’을 사실상 무시하겠다는 의미다. 나아가 민주당의 배후 실세로 꼽히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대행의 입김에서 벗어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로까지 읽힌다. 벌써부터 일본 언론에서는 민주당이 내부 기세싸움에 들어갔다고 볼 정도다. ◇‘일본 정치 개조의 명실상부한 출발점 삼겠다’=내각 인선을 모두 자신이 하겠다고 나선 하토야마의 발언에는 관료정치ㆍ세습정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하겠다는 정치적 복선이 짙게 깔려 있다. 과거의 일본과 앞으로의 일본을 확연하게 금을 긋겠다는 의도다. 이번 총선에 앞서 일본 국민들은 정치권에 대해 ‘그놈이 그놈’이라는 패배적이고 관망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파벌 지분에 따라 배분되는 각료에는 새로운 일본을 만들어낼 힘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는 자민당을 보면 알 수 있다. 자민당은 총선 패배에 임박해서도 파벌ㆍ세습정치의 구습을 깨지 못했다. 자민당이 내세운 326명의 총선 후보자 중 지역구를 아버지나 할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세습정치인은 113명(35%)에 달했다. 하토야마로서는 내각 구성부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파벌이나 세습, 관료들의 영향에서 벗어나겠다는 점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 그가 자신의 등에 비수를 꼽을지도 모를 민주당 내 파벌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강한 자세를 취한 것은 그만큼 일본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아사히신문은 1일자 사설에서 “하토야마 대표는 정치 리더십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최고 결정권자로서 정책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4년간의 정책 실행 스케줄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신문은 또 “정치와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정치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가 발견됐을 때 이를 근본적으로 수술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는 어떤 정책이든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들을 설득시켜 정책 추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관료정치’에 메스 가한다=하토야마는 집권과 동시에 국가전략국과 행정쇄신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국가전략국은 중의원 10명과 민간 전문가 10명, 관료 10명 등 30명으로 구성되며 예산과 외교ㆍ인사권까지 총괄하며 사실상의 권력 핵심기관이 된다. 또 총리 직속의 행정쇄신위원회도 신설, 과거 정부와 관료사회의 문제점을 청산하고 예산 낭비, 낙하산 인사 등을 차단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중앙관료(가스미가세키)가 정치를 좌우하는 시대를 끝내겠다’는 것. 일본의 주요 정책은 사실상 관료들이 결정해왔다. 관료집단은 효율성을 앞세워 전후 일본을 단기간에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시키는 핵심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자민당의 장기집권이 이어지면서 관료조직은 비대화했고 기득권층으로 변질됐다. 10년 장기불황이 상징하듯 이제는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하토야마의 관료정치 혁파 의지가 성공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특히 일본 최고의 엘리트 출신으로 철옹성을 구축한 관료들이 순순히 개혁을 받아들일 것이냐가 관건이다. 이들은 정ㆍ재계 인맥, 지연ㆍ학연을 동원하거나 갖은 논리로 조직적으로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또 정권 초기에 바짝 엎드려 개혁의 광풍을 피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집요하게 개혁조치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문병도기자 d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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