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성형수술을 받은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1, 2심 법원이 집도의는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과실치사 혐의가 무죄로 나온 결과에 불복해 상고한 가운데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20대 여성 A씨는 2008년 말 성형외과 전문의 B씨가 운영하는 병원을 찾아 가슴을 확대하고 양쪽 볼 지방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B씨가 수면마취제를 투여한 지 2시간가량 지나 수술이 끝났고 A씨는 30분 정도 있다가 의식을 회복했지만 심한 통증과 함께 절개부위인 겨드랑이가 붓는 상황이 발생했다. 간호사는 부어 오르는 부위에 압박붕대를 감는 등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치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의료진은 긴급 수혈을 하고 수술부위를 다시 살펴보기 위해 최초 마취 후 10시간 만에 다시 A씨를 전신마취했다. 집도의 B씨는 A씨 가슴에 넣은 보형물을 꺼내고 고인 피를 제거한 후 봉합했다. 두 번의 전신마취 이후에 회복실로 옮겨진 A씨가 분당 95회의 맥박과 체온 36.9도 등의 반응을 보이자 상태가 정상이라고 판단한 B씨는 간호조무사에게 그를 돌보라고 지시하고는 새벽 1시반께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그러나 A씨는 곧 의식을 잃었고, 자발적으로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B씨는 즉시 병원으로 돌아왔지만 공교롭게도 건물 경비원이 외부 셔터를 내리고 자물쇠를 채운 뒤 자리를 뜬 상태라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없었다. 심각한 상태에 빠진 환자를 볼 수 없게되자 B씨는 간호조무사에게 `환자의 기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산소호흡기를 씌운 뒤 의식을 잃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고 119에 신고했다. 현장으로 출동한 소방대원과 문을 부수고 들어간 B씨는 A씨를 근처 종합병원으로 보냈지만 그 사이 A씨의 뇌는 상당 부분 손상됐고, 결국 뇌부종 등이 회복되지 않아 며칠 후 숨졌다. A씨의 어머니는 딸의 갑작스런 사망에 충격을 받고 유서로 보이는 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검찰은 `뇌손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므로 이송할 때 승압제를 투여하고 자세히 관찰하면서 호흡과 맥박이 유지되게 하는 등 뇌손상 심화를 막을 의무가 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B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1심은 `B씨가 맥박이 약한 환자에게 승압제를 투여하지 않고 구급차까지 업고 이동한 과실이 인정되지만, 승압제를 사용하는 등 조치를 했다면 A씨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B씨가 최초 수술을 시작할 때부터 재수술 직후 응급상황이 발생할 때까지 15시간 동안 마취기록지와 수술기록지 등을 작성하지 않은 혐의(의료법 위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B씨가 환자를 내버려두고 식사하러 갔고 응급조치를 중단하거나 지연한 과실 등이 있다'며 항소했지만 2심도 B씨는 환자가 정상이라고 판단해 자리를 떴고 식당이 병원에서 100∼150m 거리에 있는 점, 사망과 응급조치 중단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과실치사 혐의가 무죄라고 판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