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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했던 당·청 관계를 통해 당 장악력을 상당히 회복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다음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 당 내홍 극복에 매진해 온 김 대표는 이제 지도부 2기 체제를 맞아 내년 총선 준비 등 미뤄왔던 현안 과제들을 풀어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신임 원내지도부에 원내 현안을 일임하고 본격적인 내년 총선 준비에 매진할 계획이다. 김 대표의 측근은 1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내년 총선 준비”라며 “남은 당직 인선 등 다른 구상도 총선 준비에 기반을 두고 실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17일 “총선에서 책임있는 집권 여당이 과반수를 훨씬 넘는 안정 의석을 차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거기에 ‘올인’(다걸기) 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번 주 중 남은 당직 인선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미 공개된 다른 인선과 마찬가지로, 총선에 대비해 비영남권 인사 위주로 발탁하겠다는 구상이다. 22일에는 추가경정예산(추경) 국회 처리와 민생법안 조속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당정청 회의에 참석한다. 2개월여 만에 재개되는 이번 고위당정청 회의는 구체적 해법 논의보다 ‘당정청 신뢰 회복’의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이 당내 해석이다. 25일 예정된 미국 방문 일정에 앞서 당 안팎의 기반을 다시 다져놓겠다는 의중이란 것이다.
이번 방미(訪美) 일정은 김 대표에게는 당내 리더십을 넘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중요한 정치적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김 대표 측 역시 미국 방문 일정에 앞서 당내 분란 소지를 모두 해소하고 가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미를 통해 ‘김무성 정치’의 밑그림을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미국 정치 지도자들과의 회동을 통해 핵심 우방국인 미국의 신뢰를 확인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다만 이 같은 당내 평화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어, 진정한 김 대표의 숙제가 끝난 것은 아니란 관측도 나온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과정에서 불거졌던 친박(친박근혜)-비박 간 갈등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가라앉은 것일 뿐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비박계 한 초선 의원은 “불만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더 큰 목표(총선)가 같아 잠시 숨죽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당청 관계 회복의 배경이 당이 청와대에 고개를 숙인 결과라는 역학관계에 비춰볼 때, 청와대에 대한 일방적 협조 분위기가 강해지면 비박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다시 터져나올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청와대와 친박계 역시 김 대표가 ‘자기 정치’에 더 힘을 실을 것에 대비해 견제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의지를 보이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문제도 친박계와 청와대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논의 과정서 갈등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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