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에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매년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전망은 비껴가고 시장은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침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벌써 4년째다. '좋아지겠지'하는 기대를 걸고 지난 시간이 벌써 4년, 부동산 시장이 유례없는 비상 시국에 접어든 것이다. 이는 지난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1년 만에 반등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최고가 대비 절반으로 떨어진 단지도 수두룩하다. 어렵게 장만한 내 집 한 채의 기쁨도 잠시, 금융대출 이자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 이야기는 남일이 아니다.
최근 정부는 극심한 동맥경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위해 히든카드로 쥐고 왔던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를 일부 완화키로 잠정적으로 결론지었다. 과거였더라면 부동산 대책 발표와 동시에 매도ㆍ매수자 할 것 없이 숨가쁘게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말 그대로 '동맥경화'다. 오히려 급매물ㆍ경매물건이 쏟아져 나오고 가격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히든카드로 꼽히는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묵묵부답'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부동산 정책이 주범이다. 시장을 살리겠다고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시장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이 원하는 수준보다 낮은 대책들이 빈번하게 발표되면서 거래는 동결시키고 실망감을 부추겨 가격을 하락시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수없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크게는 벌써 17번째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하지만 수많은 대책이 시장에 효과를 주기는커녕 찔끔찔끔 내놓는 대책에 시장은 내성이 생겨버렸다. 잦은 대책은 다음 대책에서 더 큰 것을 기대하게 만들면서 거래를 동결시키고 가격을 하락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찔러보기식'정책이라는 점이다. 실행할 의지는 없이 '툭' 먼저 내뱉어 보는 정책에 소비자들은 신뢰를 잃었다.
소비자는 이제 너무 똑똑해져 버렸다. 정부가 진정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그냥 찔러보려는 식인지 꿰뚫고 있다. 이제는 시장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일 때다. 부동산이 투자상품으로서의 가치성 상실은 물론 실수요자도 끊겨버린 현재의 시장은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태인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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