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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담은 대통령의 글씨

롯데갤러리서 이승만·박정희·김대중 등 휘호 전시

박정희의 '조국근대화'

김대중의 '행동하는 양심'

글씨는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낸다고 한다. 글씨는 당대 시대 정신이 녹아 있어 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예 전문가에 따르면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서화(書畵)는 한 몸이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와 서구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서예는 천대 받으면서 급기야 미술에서 퇴출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서예는 국가 지도자의 휘호를 통해 그 명맥을 조심스럽게 이어간다. 근대화와 산업화의 격변기를 거친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의 휘호를 통해 국가가 당면한 문제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읽었다.

소공동 롯데갤러리 본점에서는 오는 7월 7일까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휘호전: 홍익인간 1919~2013)'을 통해 김구ㆍ이승만 등 식민지 시대 지도자들로부터 박정희ㆍ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10명의 역대 대통령 휘호 49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아우르는 전시 제목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은 김구 선생이 1948년 쓴 휘호에서 딴 것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랐던, 그러기 위해 문화의 힘을 길러야 하며, 더 나아가 진정한 세계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실현돼야 한다"는 선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시 구성은 크게 5개의 섹션으로 구분, 1부에서는 대한민국의 태동을 이뤘던 두 지식인이자 사상가인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주석의 휘호를 담았다. 불우한 교육 환경 속에서도 독립운동 지도자로서 명성에 걸맞는 철학을 보여준 김구 주석의 글씨는 큰 기교는 없으나 또박또박 써 내린 문체에서 우직한 품성을 엿볼 수 있다. 반면 이승만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뛰어난 필체를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다. 어릴 적부터 한학을 배우고 평생 서예를 연마했던 만큼 '명인'이라 불릴 만큼 유려한 필체를 뽐낸다.

2부에서는 근대화와 민주화의 대척점에서 사상과 정치를 이끌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휘호를 역사적ㆍ정치적 사건과 연결해 배치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사범학교 시절 김용하 선생에게서 글씨를 배웠고 대통령이 된 후에도 청와대에 손재형 선생을 글씨 선생으로 모실 정도로 서예에 남다른 애착을 가져 1,200여점의 휘호를 남겼다. 군더더기 없는 단정한 필체를 자랑하고 있는데, 전시에 소개된 작품 가운데서도 '우리들의 후손들이(1967년작)'라는 제목의 작품은 1억원을 웃돌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오뚝이 같은 인생으로 험난한 정치 역정을 겪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수십 년 재야시절 동안 취미로 삼았던 서예를 통해 수많은 휘호를 남겼다. 백범 김구가 애송한 시로 잘 알려진 '답설(踏雪)'은 수 차례 가택 연금과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겠다는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다. 사형선고를 받은 후 국민들의 탄원에 힘입어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후 썼던 '行動하는 良心(1985년작)'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표적인 휘호이자 유훈이다. 이밖에 재임기간이 짧아 그 뜻을 펼치기 어려웠던 윤보선ㆍ최규하 대통령, 군사독재시절을 이끌었던 전두환ㆍ노태우 대통령을 묶어 3부에서 선보였으며 문민정부의 시작을 알린 김영삼 대통령과 SNS 시대답게 휘호를 거의 남기지 않았던 노무현 대통령을 4부에 모았다. 마지막 5부에서는 육영수 여사, 이희호 여사, 손명순 여사의 휘호가 전시되며 대통령의 방명록들도 한데 모았다.

경매 업체에서는 대통령의 휘호와 유품이 매물로 나왔다. 고미술품 경매사 마이아트옥션은 20일 오후 5시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쓴 시조가 담긴 '한산섬: 친필시고' 등을 경매한다. 1970년 4월 28일 충무공 탄신 425주년을 맞아 한국시조작가협회에서 발간한 '한산섬-충무공 시조화답집'에 실린 박 대통령의 친필 원고다. 박 전 대통령이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호국영령을 기리며 쓴 글씨인 '순국충혼'도 출품됐다. 또 다른 고미술품 경매사 아이옥션도 18일 경운동 아이옥션 본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현진 전 장군이 주고받은 서신 등을 경매에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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