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래서 반대한다/3월 4일] 보험사 리스크 키워 부작용 불보듯

보험회사 지급결제<br>김두경(전국은행연합회 상무이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사에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함으로써 고객에게 원스톱(one-stop)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보험업권에서는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이 비은행 금융기관의 지급결제시스템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해 마치 보험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한 국제사례가 있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첫째, 국제사례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주장은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안이다. 우리나라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전성을 최종 담당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EU의 경우 비은행금융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는 단순 송금, 공과금 자동납부 등 현재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공과금을 수납하거나 휴대폰을 이용해 소액을 송금하고 있는 수준이지 보험사나 증권사가 지급결제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캐나다 역시 보험사는 지급결제를 우리나라처럼 대행은행을 통해 간접 참여하도록 돼 있다. 결국 보험사가 대행은행을 통하지 않고 마치 은행처럼 지급결제를 하게 된다면 전세계적으로도 허용된 바 없는 초유의 상황이 될 것이다. 세계각국 아직 허용사례 없어
둘째, 보험사가 주장하는 고객편의 제고 효과는 거의 없는 반면 지급결제 리스크만 증가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현재 보험사 고객은 대행은행을 통해 자금관리서비스(CMS) 방식으로 수수료 부담 없이 보험료를 자동납부하고 있으며 보험금도 은행 계좌를 통해 아무런 불편 없이 수령하고 있다. 반면 보험사가 지급결제망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서는 금융결제원 가입비용 외에도 전산설비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들게 돼 오히려 보험사가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해 보험료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최근 미국의 최대보험사인 AIG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의 여파로 파산위기를 거쳐 국유화가 거론되고 있는데 만일 AIG 보험사가 지급결제망에 직접 참여하고 있었더라면 지급결제가 마비되는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했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셋째, 더 큰 문제는 보험사의 지급결제 방법이 없다는 것에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 내용에는 보험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한다는 원론적 방법만이 명시돼 있고 구체적인 지급결제 허용방법과 허용시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예탁금을 통해 지급결제를 하겠다는 보험사의 주장 역시 보험사는 투자 예비 성격의 예탁금 계정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없고 지급결제 목적으로 갖게 되면 예금과 성격이 같아 은행업을 영위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 실현될 수 없는 방안이다. 실명제 적용 안돼 악용 소지도
넷째, 보험상품에 대한 실명제 문제 역시 논란의 초점이다. 보험상품은 수시입출금 필요성이 적어 현재까지 실명제 적용 대상에서 배제돼 있다. 그러나 보험사가 지급결제망에 직접 참여해 수시입출금식 상품을 출시할 경우에는 실명제 적용이 안돼 자금세탁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다섯째, 수시입출금식 보험상품이 출시되면 통화승수효과가 큰 은행의 자금이 통화승수효과가 작은 보험사로 이전하는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이 발생하게 돼 자금이 산업현장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가지 못할 뿐 아니라 유동성 확대 효과도 크게 줄어들어 실물 부문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정리해보면 보험사 지급결제는 전세계 허용 사례가 없는 것이 분명하고 아직까지도 가능한 지급결제 방법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어 허용해서는 곤란하다. 금융환경이 안정적인 때조차 전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에 신중해야 하는데 요즘처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왜 부작용이 많은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데도 추진해야 한다면 그 이유라도 들어보고 싶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