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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기준 강화를 예측하고 발 빠르게 기술개발에 뛰어들었던 국내 한 중소기업이 세계 선박평형수 처리장비 시장을 석권해나가고 있다. 조선기자재업체 파나시아의 이수태 대표(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지난해 2월 개발에 성공한 선박평형수장비인 '글로엔 패트롤(GloEn-Patrol)'이 수주량 기준으로 노르웨이 알파라발(Alfa Laval)의 제품에 이어 세계시장점유율 2위로 떠올랐다"며 "대당 수억원에 이르는 고가장비지만 누적 수주량이 벌써 100여척 분량에 이른다"고 밝혔다. 화물을 가득 싣고 가던 대형 선박이 항구에서 짐을 모두 내려놓으면 가벼워진 무게 때문에 자연히 위로 뜨게 된다. 이때 선박은 안전 운항을 위해 다음 항구에 도착해 새 컨테이너를 실을 때까지 바닷물(선박평형수)을 담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바닷물을 채우고 배출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정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미국 뉴욕항에서 퍼 올린 바닷물 속 미생물이 배를 타고 인천항까지 건너올 경우 외래종에 의한 생태계교란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이 선박평형수 처리장비다. 바닷물을 내보내기 전 정수ㆍ살균과정을 거쳐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원리다. 박상 경영기획실 부장은 "1단계로 50㎛이하의 입자들을 물리적으로 걸러주고 2단계로 자외선 램프를 통과, 살균해 바닷물을 깨끗하게 만든다"며 "특히 다른 업체 제품과 달리 100% 물리적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학물질에 의한 2차 오염 우려가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선박평형수 처리장비는 국제해사기구(IMO)가 2012년까지 신규인도 선박, 2017년까지 운항 중인 모든 국제선박에 선박평형수장비 탑재를 의무화하면서 관련시장규모도 30조원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파나시아의 매출액도 지난해 308억원으로 늘어나고 올해는 500억원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회사관계자는 "요즘 유럽 에이전트들이 오히려 파나시아의 제품을 유통하겠다고 찾아와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유럽 제품에 비해 값이 싸면서도 품질은 우수한데다 세계적 조선업체들이 아시아에 많아 제작ㆍ납품이 유리하기 때문에 세계 1위 등극도 노려볼 만 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파나시아도 사업 확장을 위한 공격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중국 상하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파나시아는 하반기께 일본, 네덜란드에 지사를 설립해 적극적인 영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또한 지난 6월에는 경남에 신규 공장부지도 구매하는 등 생산능력 확장에도 나섰다. 한편 이 대표는 "조선업계에 몸을 담은 사람으로 선박 국산화율이 약 30~40%밖에 불과한 상황이 안타까워 1989년 파나시아(구 범아정밀엔지니어링)을 세웠다"며"앞으로도 기술자립과 국산화율 향상을 통해 조선기자재 산업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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