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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정부 경쟁력은?

표류하던 제도정비 촉진…개혁 자극제<br>우편법 위반 알고도 10년간 덮어오다 개정 계기<br>자동차세 간소화·동의명령제등 美 입김에 결판<br>"협상전엔 허술한점 몰랐다" 경쟁력 약화 시인도


참여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곳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구조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농업을 제외하면 ‘정부의 치부’(恥部)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협상이었다고 분석했다. 한미 FTA로 개정될 우편법은 부처 이기주의에 불법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고 협상의 뜨거운 감자였던 자동차세제 인하 및 간소화는 국내에서 10년 이상 논란만 거듭하다 표류해온 사안이었다. 리더십 부족으로 결론을 못 내리던 동의명령제 도입은 미국의 입김으로 결판이 났다. 한미 FTA가 공무원 사회에 긴장감을 높이고 부실한 법ㆍ제도를 정비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는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FTA로 드러난 정부의 치부들=UPSㆍ페덱스ㆍDHL 등 국제 특송사는 국내 우편법을 어기고 불법영업을 해오고 있다. 미측은 국내 우편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시대에 뒤떨어진 법이라며 합법화를 요구, 우리 측은 모든 국제서류를 특송사의 업무범위로 인정해줬다. FTA가 발효가 안돼 국제 특송사는 지금도 허용된 수출입ㆍ외국환 등 3가지 서류 이외에도 서비스를 하며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신동선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보통신부가 이익이 침해될까 문제를 알고도 10년 이상 덮어왔던 것이 FTA를 통해 바뀌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협상 내내 미측의 공격을 받은 우리나라의 자동차세제와 관련해 특별소비세 인하는 IMF 외환위기 전부터 제기됐던 사안이다. 복잡한 자동차 보유세의 간소화도 3~4년 전부터 업계와 국책연구원 등이 꾸준히 건의해왔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특소세 인하는 10년 이상, 보유세 간소화도 지난 2003년 이후 계속 제기했지만 재정경제부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으로 도입을 추진했던 동의명령제는 지난해 9월 재경부가 발표한 기업환경개선대책의 주요 내용 중 하나였으나 법무부의 반발로 올 초 도입이 연기됐다. 리더십 부족으로 결론을 못 내던 동의명령제는 미국이 강력히 원하면서 결국 도입이 확정됐다. ◇FTA, 정부개혁에 자극제 될 듯=지난해 10월 한미 FTA 4차 협상 후 본지는 미국에서 고유하게 발전한 공중의견제출제도(PC) 도입이 사실상 합의돼 미 노조나 시민단체가 노동법 이행이 부실한 국내 기업들을 고발할 수 있게 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당시 “노동부가 법을 만들어놓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며 “고발사건이 남발되지 않도록 하면 국내 제도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문화돼 불법을 조장하고 방치했던 우편법 시행령도 정보통신부는 개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제특송과 마찬가지로 불법이 방치되고 있지만 FTA와 상관없는 국내 택배와 퀵서비스 관련 규정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개정에 나설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재경부도 해외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금융서비스의 국경간 거래가 일부 허용되고 있지만 이 경우 해외 금융기관이 국내 감독기관에 등록, 허가 절차가 없어 ‘건전성 규제’가 충분치 않은 것을 FTA 협상을 하면서야 발견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FTA 협상 전에는 금융감독상에 허술한 점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한미 FTA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도입돼 공무원의 정책입안 및 추진도 더 높은 전문성과 투명성이 필요하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제도ㆍ관행 및 법률 규제 등이 과거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 한미 FTA를 통해 이들 분야에서 한 차원 높은 선진화를 이루게 됐다”면서 FTA라는 외부의 힘을 통해 국내 제도와 관행을 바꿀 수 있었음을 인정했다. 정부의 경쟁력이 그만큼 뒤져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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