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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6월 21일] 애플은 100년 기업이 될까
입력2010-06-20 18:22:30
수정
2010.06.20 18:22:30
"올해로 창립 34년이 된 애플이 100년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사석에서 만난 모 경제연구소 고위 간부가 불쑥 던진 말이다.
"애플인데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의 요지는 이렇다.
영속성 면에서 애플의 단점은 우선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을 상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잡스의 카리스마가 워낙 강해 그가 은퇴했을 때 애플의 명성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규모와 성격 면에서 애플이 '연구개발(R&D)'형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잡스의 혁신은 R&D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규모가 커지면서 더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경쟁기업에 의존하는 사업 시스템을 애플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했다. 실제 부품 등 하드웨어에서 애플은 경쟁기업인 삼성ㆍLG 등 전세계 회사에 의지하고 있다. 제조 시설이 없는 애플은 대만의 폭스콘 등 글로벌 아웃소싱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이 역시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아웃소싱 현장에서 애플의 철학이 제대로, 지속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 그것. 과거 수많은 혁신기업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맥을 못 추는 사례가 많았는데 애플 역시 이 같은 한계를 안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애플의 가능성은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연구원의 발언을 빌려 애플의 한계를 거론한 이유는 우리가 애플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현 시점에서 곱씹어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해서다. 한 예로 우리 내부에서는 "국내 대기업은 못하고 애플은 최고다"라는 일방적 찬양론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애플도 한계가 있고 국내 대기업과 애플 간에는 출발, 사업구조, 방식, 미래 청사진 등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차이를 인정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얘플과 스티브 잡스 배우기에 열중인데 겉포장만 따라 한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한 예로 잡스는 트위터 등 소통 채널을 통해 본인과 애플의 경영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반면 국내 최고경영자(CEO)들의 트위터는 그저 그런 인터넷 소통에 그치고 있다.
애플은 어느새 우리가 뛰어넘어야 할 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찬양에 너무 치우쳐 있고 겉만 보고 추종한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애플의 장점ㆍ단점, 그리고 우리의 현 수준을 고려해 애플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정밀하게 분석해보는 작업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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