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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9월 2일] 신성장동력 제조기 장비산업

이솝우화에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 이야기가 있다. 대강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매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발견한 농부가 더 많은 황금을 갖고 싶은 욕심에 거위의 배를 갈랐지만 황금은 없었고 애꿎은 거위만 죽어 더 이상 황금을 얻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인간의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자는 교훈을 담고 있는 이 이야기가 요즘에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의 은유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지난 1960년대 산업화 초기에는 섬유가, 1970년대 오일쇼크가 닥쳤을 때는 중화학공업과 중동으로의 건설산업 진출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지금은 조선ㆍ반도체ㆍ자동차ㆍ휴대폰이 한국 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황금알 낳는 거위'가 이익독점 그럼 미래에는 어떨까. 혹자는 방송융ㆍ복합화를 통한 미디어산업이, 인구고령화를 앞세운 실버산업이, 혹은 자본시장 자유화가 이끄는 금융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며 사회적 관심과 육성을 주장하곤 한다. 정부가 올해 초 3대 분야 17대 신성장동력을 확정한 것도 미래 먹거리산업을 발굴해 경제위기를 넘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황금알 낳는 거위'를 찾는 과정이라 하겠다. 그러나 과거를 돌아보면 우리가 추구한 것이 진실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는지 회의가 생긴다. 오히려 거위가 낳은 '황금알'에만 더 집착한 것은 아닌가 싶다. 1960년대 거위가 낳은 섬유에서 2000년대 거위가 낳은 휴대폰까지 우리는 어떤 황금알이 더 좋을지 해답을 찾고 이를 우리 국민 특유의 성실성ㆍ추진력으로 값싸고 질 좋게 만들어 세계시장에 팔아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이 같은 패러다임에서 한국 산업을 반추해보면 1960년대부터 완제품 수출이나 조립 중심의 가공산업 발전에 집중해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와 조선ㆍ반도체ㆍ자동차 분야 등의 경쟁력을 쌓는 데 바탕을 닦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선진국에 대한 부품ㆍ기술 종속 심화와 부품소재의 대일역조를 부르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 부품소재 산업에 대한 집중적 투자로 기술력 향상을 꾸준히 도모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장비는 단기간의 산업화가 어렵고 국가 간 원천기술 보유ㆍ이동에 제한이 엄격해 완제품이나 부품생산에 밀려 기술력ㆍ국산화율이 크게 뒤처져 있다. 산업별 기술력을 수치로 따지면 완제품은 선진국의 80~90%, 부품소재는 87% 수준이나 장비의 경우 60% 이하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마디로 한국은 지금까지 수입 거위가 수입 모이를 먹고 낳은 황금알을 시장에 팔다가 이제 국산 모이로 키운 수입 거위가 황금알을 낳는 수준으로 성장한 셈이다. 자동차를 낳는 거위의 90%, 반도체를 낳는 거위의 80%, 방송을 할 줄 아는 거위의 85%가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에서 들어왔다. 이런 추세는 신산업이나 핵심장비로 갈수록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우리가 아무리 새로운 황금알을 찾아 재주를 부리더라도 상당 부분의 이익이 우리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판 외국 기업과 나라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장비산업의 육성이 생산사슬의 전(全)과정을 국산화하고 국가경쟁력 향상을 이룩해내는 키를 쥐고 있는 만큼 생산 전과정의 부가가치를 온전히 우리 것으로 하는 산업발전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가 앞서 선정한 17개 신성장동력 산업이 무엇(What)에 중점을 두는 접근법이라면 8월 발표한 신성장동력 8개 장비산업 육성안은 신성장동력을 어떻게(How)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접근법으로 '신성장동력의 제조법'이라 할 수 있다. 생산 전과정 부가가치 국산화를 신성장동력의 주춧돌을 놓을 장비산업 육성안을 통해 향후 10년간 약 2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신성장동력 산업의 장비 수요에 부응하고 초일류 기업을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고객과 수요자 중심의 연구개발(R&D), 맞춤형 자금지원, 핵심인력 양성, 민관 수출시장 개척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면 한국은 현재 3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신성장동력 부문의 기술 국산화율을 오는 2013년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질문 하나를 던져보고자 한다. 거위가 낳은 황금알을 팔던 농부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팔던 농부 중 누가 더 부자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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