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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헷갈리는 고속도로 명칭
입력2006-08-21 17:14:21
수정
2006.08.21 17:14:21
휴가철 자동차를 이용한 사람이라면 헷갈리는 고속도로 명칭 때문에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중부고속도로니 중부내륙고속도로니 중앙고속도로니 하는 것부터 왠지 생소하고 그 앞에 또 제1이니 제2니 하는 명칭들은 왜 필요한지 의아스럽다. 신설 도로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두지 않으면 이 도로가 어디서 어디까지 연결돼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도로 종류조차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국민들로서는 암호와 같은 고속도로 명칭 때문에 당장 짜증이 나는 것은 물론이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이 도로가 건설된 시기나 건설 당시 적용받는 법령, 또 주무부처에 따라 구분된 것이라는 데 그저 허탈할 뿐이다.
기업은 물론 사회 곳곳에서 심지어 정부의 행정기능에까지 소비자 위주, 이용자 중심, 주민지향의 서비스 체계가 마련되고 있지만 유독 도로행정만은 아직도 전근대적인 공급자 중심, 관(官) 위주의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연간 엄청난 규모의 정부 예산을 끌어다 쓰고 있는 도로교통 분야에서 국민들을 위한 제대로 된 정보제공 기능이 없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중부니 중앙이니 하는 고속도로 명칭은 도대체 왜 쓰여진 것일까. 그 명칭 자체가 불확실하고 이용자들에게 구체적인 지역을 특정(特定)시키지 못한다는 점은 참으로 큰 문제다. 중부와 중앙을 구분할 줄 아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스럽다. 사실 이 용어는 면(面) 개념이지 선(線) 개념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면 개념으로 인식해온 국민들에게 어느날 갑자기 선 개념으로 인식하라고 한다면 행정관서의 오만치고는 도가 지나친 것 아닌가.
국민들에게 친숙한 지명간 연결 용어-예컨대 경부고속도로ㆍ구마고속도로ㆍ대진고속도로 등-를 버리고 어느 날 불쑥 새 도로 명칭을 마치 수학공식처럼 외울 것을 요구한다면 분명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건설교통부ㆍ한국도로공사 등 관계부처는 해마다 거액을 들여 하드웨어 구축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도로관리의 선진화, 소비자 지향의 교통체계 혁신에도 신경을 좀 써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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