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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를 확보하라] <2> 해외농업 개발 더는 못 미룬다

수입 70% 의존…안정적 생산기지 확보 시급<br>'메이저' 영향 적은 러시아·중앙亞등 틈새시장 공략 필요<br>정부차원 기술·정보 지원 외에 민간투자 융자 서둘러야


[식량안보를 확보하라] 해외농업 개발 더는 못 미룬다 수입 70% 의존…안정적 생산기지 확보 시급'메이저' 영향 적은 러시아·중앙亞등 틈새시장 공략 필요정부차원 기술·정보 지원 외에 민간투자 융자 서둘러야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지난 1981년 SK의 전신인 ㈜선경이 미국 워싱턴주에 3,300㏊에 달하는 넓은 옥수수 농장 개발에 나섰다. 국제곡물시장 불안에 대비한 투자로 당시 작황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수확한 옥수수를 보관하고 국내로 실어 나르기 위한 항만운송이나 부두 곡물창고 시설을 확보할 수 없었다. 결국 유통시스템 미비가 최대 원인이 돼서 선경은 미국 농장개발에서 손을 뗐다. 그로부터 약 30년 후 때때로 곡물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식량안보 논의가 재연되면서 아시아ㆍ연해주 등지로 진출한 기업들은 제법 많다. 현재 농림업 부문 해외진출은 러시아와 동남아를 중심으로 총 52만1,271㏊ 규모. 농림어업 부문에 대한 연간 해외직접투자액은 1985년 590만달러 규모에서 2006년에는 4,290만달러로 늘어났다. 그 중 대부분의 사업은 실패하거나 중단됐다. 장기적 투자를 필요로 하는 농업 개발사업에 충분한 검토 없이 뛰어들었다가 사업비 부족으로 철수하거나 곡물 메이저가 장악한 유통의 벽을 뚫지 못하는 경우 등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정부는 투자지역의 농업환경조사 등 정보제공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 도움은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곡물가격이 치솟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농산물 수입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해외농업개발은 수익을 노린 투자를 넘어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식량의 70%를 수입해야 하는 나라 입장에서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해외시장 개방으로 유휴화될 농업자원을 대체하기 위해선 국내 자급생산과 함께 해외에 안정적인 생산기지를 확보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해외 농업포럼 초대 의장을 맡은 성진근 충북대 명예교수는 “모든 농업자원이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만큼 유휴화될 농업생산자원에 대한 고용 및 소득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며 “국내 잉여농지는 바이오연료 생산용지로 활용하고, 농업기술인력과 자본재산업은 해외농업개발에 투입하는 것이 농업 구조조정의 보완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농업개발은 필요성 만큼이나 걸림돌도 크다. 장기적인 투자규모나 리스크가 워낙 큰데다 유통망을 장악한 곡물 메이저에 대응하려면 생산과 유통을 총괄하는 시스템적인 진출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 해외시장에서 철수한 한 기업 관계자는 “농업개발은 워낙 장기투자를 요하는데다 기상이변이나 현지 국가 사정 등 리스크가 많다”며 “어차피 민간투자로 이뤄져야 하는데 기업이 그 리스크를 떠안고 돈을 들일 만한 메리트는 아직 없는 상황이어서 쉽사리 이뤄질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메이저의 영향력이 덜한 러시아ㆍ중앙아시아ㆍ캄보디아 등지를 중심으로 정부가 간접적인 진출 지원에 나서 민간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용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곡물 메이저들이 세계의 대다수 곡물수출국 항만 등을 장악하고 있지만, 일부 신흥국가나 체제전환국 가운데는 틈새가 남아 있다”며 “대기업이 자원확보 차원에서 항만시설을 짓고 그 곳에 곡물저장창고까지 확보하면 거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성 교수도 “러시아ㆍ중앙아시아 등의 농업협력지원 요청을 수용하면 유전ㆍ광산물 등 해외자원 확보를 위한 접근책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역은 땅값과 임금 등 농업생산비도 국내의 3분의1 수준이어서 농가 경제성 면에서도 진출 효과가 높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광물ㆍ유전개발 지원 목적으로만 가동돼온 해외자원개발법을 해외농업지원시스템 확보에 적용해 민간의 개발사업에 대한 보조ㆍ융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병률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직접 투자보다 기술ㆍ정보ㆍ자금ㆍ외교에 대한 간접지원과 해외진출 민간 농기업에 대한 장기저리융자금 지원, 저개발국에 대한 공동개발 및 공기업 진출 유도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수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도 “지금까지는 농촌공사를 통해 한 해에 2~3개국씩 농업환경조사를 실시해 정보를 제공하는 선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곡물자원도 에너지자원과 동일선상에서 간접적인 개발지원에 나서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 '세계 곡물가격 좌지우지' 곡물메이저는… 카길·ADM등 대표적…세계시장 70% 움직여 우리나라와 같은 식량수입국 입장에서는 세계 농산물 작황 못지않게 신경 쓰이는 것이 세계 곡물 메이저들의 행보다. 곡물 메이저란 세계의 주요 곡물 생산지와 수입국에서 유통망을 장악하고 농산물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거대 기업들. 전세계 곡물시장의 40%를 장악하는 미국 카길에 이어 ADM, 프랑스 루이 드레퓌스, 브라질 벙기 등 굴지의 메이저들이 세계 곡물시장의 70% 이상을 움직인다. 특히 미국, 브라질 등 주요 곡물산지의 수출입 유통망은 더 이상 끼어들 틈도 없이 곡물 메이저가 완전히 장악을 한 실정. 이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인공위성을 활용한 정확한 정보력, 미국 정부 및 국제기구에 대한 로비력을 무기로 농산물을 매점매석하고 국제 가격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식량 무기화’의 첨병이다. 지난 80년 우리나라가 냉해로 쌀 생산이 급감했을 당시 일부 메이저 업체가 쌀값을 3배나 올려 받은 것이나, 76년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 정부의 곡물대금 결제 지연을 이유로 자이르에 대한 밀 공급을 즉각 중단해 심각한 식량난을 일으킨 것은 모두 냉혹한 곡물메이저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 글로벌 식량위기에 '속수무책' • [식량안보를 확보하라] 세계는 식량전쟁중 • 농업 구조개혁 '돈먹는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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