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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5월 6일] 동대문운동장을 '돈대몬운도조'라고?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 등이 일부 정차역 안내방송에 일본말ㆍ중국말까지 집어넣어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외국인을 위해서라면 영어만으로 충분한데도 쓸데없이 소음공해를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최근 고환율 덕에 외국 방문객이 다소 늘어나자 과잉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서비스가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난센스다. 우선 지하철역 이름은 고유명사이므로 여러 나라 말이 있을 수 없다. 예컨대 동대문운동장은 '돈대몬운도조'도 아니고 '뚱땅멘힌뚱창'도 아니고 그냥 우리가 부르는 대로 동대문운동장이다. 지명ㆍ인명 등과 같은 고유명사에 관한 한 각국이 어떻게 표기하고 발음하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 지하철이 하는 대로라면 일본 사람을 위해 김치를 '기무치'로 불러야 하고 독도를 '다케시마'로 불러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가 동경을 '도쿄'라 하고 북경을 '베이징'이라고 해야 하듯이 어느 나라 사람이건 동대문운동장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다. 발음이 서툴더라도 최대한 현지명과 가깝게 발음해야 하는 것이 국제적 관행이고 원칙이다. 이런 상식 문제가 아니라도 지하철역 안내를 여러 나라 말로 떠드는 것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지하철을 타보면 외국인이 별로 눈에 띄지도 않지만 설사 있다고 해도 서울까지 와서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정도면 한국말이든 영어든 지명과 같은 간단한 고유명사는 충분히 알아듣는다고 봐야 한다. 외국어가 서툰 한국 사람들이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것은 세계 각국이 한국말로 안내해줘서가 아니다. 지하철 안내방송이 불쾌할 정도로 유치하고 시끄러운 것은 자동방송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시시콜콜 잡다한 소리를 떠들어대는 것을 마치 서비스인 양 착각하는 무개념 때문이다. 특히 서울메트로의 경우 승객 입장에서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환승역 안내방송은 말 그대로 난리법석이다. 예고까지 나오고 금방 장단가락이 요란스럽게 울려 퍼지면서 무려 4개국 말이 숨가쁘게 이어진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다는 따위의 현장확인도 없이 덮어놓고 떠드는 소리까지 겹치면 말 그대로 소음지옥이다. 입만 열면 고객을 위한다는데 고객이 원하는 것은 쓸데없는 소음공해에 시달리지 않고 목적지까지 조용히 가는 것임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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