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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대학전선 이상없다

서울대학교의 젊은 교수 두명이 사표를 내고 KAIST의 부설 고등과학원으로 옮겼다. 정치판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같은 국내 연구기관이니 두뇌유출은 아니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는 큰 쇼크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서울대 교수라는 간판만으로는 좋은 두뇌를 잡아둘 수 없는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서울대 교수 자리는 학자들의 선망의 적(的)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다소 대우가 시원찮고 연구 조건이 나쁘더라도 서울대 교수라는 명예 때문에 참아 줬는데 앞으로는 좀 달라질 모양이다. 전직 이유도 봉급이 적고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가정을 가진 30대 후반의 나이에 연봉 3천만원이라면 너무 적다. 다른 수입이 없다면 최소한의 품위 유지도 어려운 수준이다. 또 주 6시간의 수업은 다른 대학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수업 준비를 충실히 하려면 연구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주 6시간 수업으로도 연구할 시간이 없다는데 그보다 더 많이 가르치고도 바깥 활동들을 활발히 하는 교수들이 많으니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지금은 봉급이 낮고 시간이 없더라도 장래 비전이 있으면 참을 수 있다. 그러나 장래 비전에 절망해 젊은 교수들이 떠난다면 그건 보통 일이 아니다. 사실 실력있고 도전하는 학자들에겐 현 대학 사회가 별 재미없게 돼 있다. 열심히 연구해 논문을 발표하면 화제도 되고 또 스카우트 제의도 들어와 좋은 대학으로 옮기거나 봉급이 오르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잘하나 못하나 똑같은 대우이니 어찌 답답하고 지루하지 않겠는가. 가장 창조적이고 우열의 격차가 심하게 나야 할 대학사회에서 자극과 향상이 없으니 촉망받는 젊은 교수들이 절망할만 하다. 그 대신 무경쟁을 즐기면서 지루한 시간을 바깥 활동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터득한 분들껜 대학같이 좋은데도 없을 것이다. 다른 직장같이 피를 말리는 경쟁도 없고 또 IMF 시대의 칼날같은 구조조정도 남의 이야기다. 아마도 젊은 교수들은 천국의 무료함보다 칼날같은 자극을 바라고 갔는지 모른다. 이런 신예(新銳)들의 떠남은 한동안 화제가 되겠지만 대학은 곧 평온을 되찾을 것이다. 「대학전선 이상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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