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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9월 10일] 관행과 통계오류의 지하경제

SetSectionName(); [목요일 아침에/9월 10일] 관행과 통계오류의 지하경제 권홍우 (편집위원) hongw@sed.co.kr 지하경제. 말만 들어도 음산한 느낌을 주는 단어다. 범죄와 탈세, 재정 누수 등이 머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리라. 통념의 연장선에서 볼 때 섬뜩한 기사가 최근 나왔다.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4위'라는 것이다. 과연 지하경제는 나쁜 것이고 한국은 위험할까.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첫째, 지하경제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둘째, 지하경제는 정말로 해악일까. 셋째, 지하경제를 부추기는 요인은 무엇일까. 통계 오류 속, 추세도 좋지 않아 먼저 크기를 생각해보자.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선진국 중 4위'라는 기사는 오류다. 4위가 아니라 3위다. 기사의 근거는 국회예산정책처가 강창일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지하경제의 개념과 현황, 축소방안'이라는 문건. 측정방법 중 가장 뛰어나다는 오스트리아의 슈나이더 빈츠대 교수의 '다변수모형접근법'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보고서 자체의 신뢰도는 일단 높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국회든, 강 의원실이든 둘 중 하나는 지하경제 비중이 20.4%인 포르투갈을 28.2%로 기재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바로 아래칸의 푸에르토리코와 혼동한 것 같다. 이로 인해 선진국 클럽 중 3위인 한국의 순위가 4위로 바뀌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추세다. 통계 추세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27.5%(1999~2000년)에서 28.8%(2002~2003년)로 늘어났던 지하경제 비중이 27.6%(2004~2005년)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시점의 문제가 남는다. 4, 5년전이 아니라 지금은 어떨까. 전태영 경상대 교수가 똑같은 슈나이더 모델로 측정한 지난 2007년 지하경제 규모는 30.0%에 이른다. 선진국 중 2위권을 넘볼 수도 있는 수준이다. 지하경제는 해악인가라는 두 번째 질문은 깊게 생각해볼 문제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월터 블록은 논란을 야기했던 저서 '디펜딩 언디펜더블'에서 '죄악은 지하경제가 아니라 지하경제를 죄악시하는 사고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암달러상은 부자의 시간을 절약해주고 빈자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전형적인 윈윈(win-win)형 일자리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사상의 뿌리인 하이에크는 블록의 책을 '진정한 경제서적'이라고 극찬했다.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잘나가는 그리스나 인도 경제의 기저에는 활발한 지하경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신자유주의적 사고 방식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한국의 실태는 어떨까. 불법 경마와 사교육, 한국은행의 통제마저 벗어난 상품권, 온라인 도박을 감안하면 지하경제의 규모는 통계를 무의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블록이 강조했던 '세금만 뺀다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지하경제'가 존재할지도 의문이다. '관행'이 지하경제 키운다 따져보면 서민형 지하경제도 없지 않을 것 같다. 영세상인들의 현금거래가 그렇다. 정부는 이들 소규모 사업자의 간이영수증 등을 내년에 양성화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감세와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나빠진 재정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서민형 지하경제의 마른 수건을 짜겠다는 발상이다. 세원 투명화라는 대의에서 찬성할 수 있으나 정작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한국의 지하경제를 키우는 것은 사회구조와 관행이다. 지하경제의 민ㆍ형사상 범죄 행위를 가려내야 할 사정기관의 수장조차도 집을 구입할 때 세금을 안 내려고 '관행'에 따라 이른바 다운계약서를 작성했었다는 사실은 습성으로 굳어버린 지하경제의 실상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지하경제는 음습한 곳에서 자라는 것 같지만 그것은 착시다. 이미 우리 안에 관행으로 뿌리깊게 박혀 있다. 지하경제가 나쁜 것이라면 한국은 위험하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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