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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은 펄펄 나는데 벌벌 기는 한국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마침내 붙어버렸다. 일본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2.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성장률과 똑같다. 두 나라의 성장률이 붙어버렸다는 사실은 간과할 사안이 아니다. 한국의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반면 일본은 탄력을 받아 격차가 더 벌어지는 불길한 미래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성장률이 같아진 것은 석유파동과 외환위기 같은 특수상황을 제외하고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경제규모에서 5배 차이가 나는 양국의 성장속도가 같다면 격차는 더욱 심화하기 마련이다. 전망은 더 어둡다. 국제통화기금(IMF)이 3.2%로 내다본 올해 성장률을 정부는 2.3%로 낮춰 잡았다. 반면 일본 정부는 IMF가 1.7%로 전망한 성장률을 2%대 중반으로 끌어올렸다. 목표대로라면 올해 두 나라의 성장률은 역전이 불가피하다. 아베노믹스가 성과를 낸다면 차이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선진국, 특히 일본을 따라잡는 추격자로서 한국의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는 국민소득 비교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일본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 2만달러에서 3만달러에 도달하는 데 불과 4년이 걸린 반면 한국은 6년째 2만달러 초반에 머물고 있다. 통계는 국민의 삶도, 나라 전체의 국부도 잔뜩 흐리다는 사실을 말해주건만 인식은 정반대다. 우리가 처한 현실과 좌표를 망각하는 만드는 거품이 낀 장밋빛 전망이 여전하다. 지난해 한일 신용등급이 역전됐을 때 일본 추월이 임박했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퍼진 적도 있다.



임기 내 국민소득 4만달러에 도달한다는 '747공약'의 허구가 진작에 밝혀졌음에도 혁신이나 성장동력 확충에 대한 뚜렷한 방향도 제시하지 못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도래'라는 슬로건이 먹힌다. 이래서는 성장탄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불편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솔질해져야 할 때다. 일본에 영원히 뒤처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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