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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푸틴 대제

월스트리트 저널 10월4일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이후에 총리로서 러시아 정계에서 의욕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감스러운 것은 아무도 이 소식에 놀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에 이어 권좌에 오른 지 8년째인 푸틴은 러시아에서 발생한 일련의 테러 폭발 사고를 구실로 체첸을 상대해 2번 전쟁을 일으키며 정치적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한때 푸틴 정권의 스파이로 활동한 적이 있는 알렉산더 리트비넨코는 러시아에서 폭발 사고는 러시아의 비밀부대에 의해 기획된 것이라고 폭로했다. 하지만 서방 지도자들은 푸틴을 도리어 ‘결점 없는 민주주의자’ 혹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물’로 칭송했다. 푸틴은 석유 가격 상승과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정책에 도움을 받아왔다. 석유로 벌어들인 돈은 러시아의 대외부채를 상환하고 보유 외환을 늘리는 데 원천이 됐다. 푸틴의 지지도가 70%에 이르는 것도 이 덕분이다. 특히 석유 수입은 코카서스 지역에서의 탄압, 독립적인 미디어ㆍ인권단체에 대한 공격 등과 같은 행위를 희석시키고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오랜 벗들을 권력 요직에 앉히는 데도 기여했다. 서방세계로서는 푸틴이 석유와 가스 등 자원의 공급을 조절하며 우크라이나 선거에 개입하는 것을 감시하기도 어렵다. 이런 러시아의 공격적인 외교정책 기조는 종종 미국의 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다. 일례로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유엔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국제 사회에서 러시아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푸틴 비판에 미온적이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은 실정이다. 푸틴은 커리어에 흠집이 생길 것을 알면서도 헌법의 3연임 금지조항을 피해 계속 권좌에 머물기 위해 애쓰고 있다. 총리에 측근인 빅토르 주브코프를 임명한 것은 푸틴이 의회를 통해 권력을 휘두르거나 헌법의 빈틈을 이용해 다음 번에 대통령직에 도전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서방세계는 ‘체스왕’ 카스파로프 등이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의 내년 대통령 선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푸틴의 장기집권을 위한 조치들은 러시아의 민주주의가 깨져버렸음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푸틴은 러시아의 권위주의를 회복시켰지만 전세계는 그 결과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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