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문화시대라고 한다. 문화시대에는 문화강국이 곧 산업선진국이다.
일반적으로 문화산업은 Culture와 Technology를 결합한 산업(CT)이다. 다시 말하면 산업혁명, 정보화 혁명을 거쳐 축적된 제조, 기술영역 등 하드(Hard)영역과 감정, 예술(Soft)영역이 결합한 고부가 산업이다. 지난2000년에 나온 기준 통계치를 보면 세계문화산업의 규모는 1조4,000억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최근 K팝 ‘영토’가 전세계적으로 넓어지고 있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으며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베니스국제영화상에서 황금사자상을 받는 등 한국의 문화산업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K팝 열풍의 최대 수혜자는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즉 국가이미지 제고를 통해 문화산업뿐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치는 것이다.
포도주와 막걸리의 예를 들어보자. 포도주는 사실 포도라는 과일에 술을 결합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프랑스 문화가 결합돼 있다. 단순한 술이 아닌 문화 자체로서의 포도주가 탄생한 것이다. 따라서 포도주를 마신다는 것은 프랑스의 고품격 문화와 ‘입맞춤’하는 것이다.
프랑스 포도주의 예를 우리나라 막걸리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막걸리에 우리 전통 문화를 불어넣고 이를 고운 백자에 담아 마시는 이로 하여금 ‘문화’를 즐기게 한다면 막걸리산업 역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스웨덴의 대중음악에 대한 집중투자 및 수출지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스톡홀름 뮤직클러스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스톡홀름 뮤직클러스터는 음악스튜디오, 다국적 음악회사, 음악유통업체, 공연기획사 등 1만5,000여개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소규모 음악스튜디오가 다국적기업의 지사들과 협업을 한다. 소규모 스튜디오가 가지는 다양한 독창성이 다국적기업이 가지는 국제적인 브랜드와 네트워크가 결합해 세계적인 경쟁력이 탄생한 것이다. 스웨덴의 강력한 저작권보호정책 역시 한몫 했다.
우리도 이를 참조해 좀 더 과감한 범국가적인 지원인프라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댄스음악에만 치우친 한류에 그칠 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어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가능하면 그 저변에 있을 우리나라의 잠재적인 기반고유문화를 재발굴하고 나아가 이들을 세계적인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문화산업뿐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경쟁력이 더욱 제고될 것으로 믿는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저작권보호정책 등 범국가적인 지원인프라 구축이 선결돼야 하므로 이에 대한 범사회적인 관심과 역량이 집중되기를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