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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계 독일인 에브너정, 한국서 퀵서비스 '날도' 창업

콜센터 기능 온라인으로 옮겨 가격·서비스 두 토끼 잡았어요<br>주문과 동시에 배차 기사 확인… 물품 수령서 배송까지 문자 전달<br>배달 사고 위험 거의 없어 인기… 지나치게 박한 배송기사 수익도 개선


지난 2013년의 어느 날 강남역 10번 출구 앞. 파란 눈의 외국인이 몇 시간째 자리를 뜨지 않고 대로변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주문을 기다리는 퀵서비스 배달기사들을 지켜봤다. 건당 1만원 받기도 힘든 주문 물량을 하나라도 더 싣고 가기 위해 배달기사들은 1인당 3~4개씩 들고 있는 휴대폰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한국계 독일인 루돌프 에브너정(39·사진) 와일드파이어코리아 대표는 퀵서비스 온라인 플랫폼 '날도'를 출시하기로 결심했다.

최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정 대표는 "한국에서 퀵서비스가 생겨난 지 대략 20년 됐는데 전화로 주문하면 콜센터 직원이 일일이 기사를 배차하는 방식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콜센터 기능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기면 기사를 자동 연결해주고 동일 지역 배송물품은 자동으로 묶을 수 있어 가격 경쟁력과 서비스 질 향상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에게 한국은 어머니의 나라다. 8년 전 처음 한국에 왔고 맥킨지코리아·엔씨소프트 등에서 근무했다. 독일 벤처 인큐베이터인 팀유럽과 함께 음식배달 앱 '요기요'를 창업하기도 했다. 2012년 말 요기요 경영에서 손 떼고 주주로 남았고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찾던 중 퀵서비스시장에 주목한 것이다.

날도에서 추정한 국내 퀵서비스시장 규모는 약 5조원, 대략 17만명의 배달기사들이 서울·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영업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성장잠재력도 충분하지만 정 대표의 눈에는 "불투명한 가격체계, 각종 배달사고로 고객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시장"이었다.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그가 가장 먼저 해결하려고 한 문제점이 묶음배송. 치열한 경쟁으로 서비스 이용료를 올리지 못하다 보니 대다수 퀵서비스 기사들은 배달 동선이 같은 물품을 하나라도 더 가지고 가려고 시간을 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날도를 이용하면 고객은 온라인 주문과 동시에 배차 기사를 확인할 수 있고 물품 수령부터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문자로 받아보게 된다. 또 기사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금융기관이나 법률사무소부터 유통·섬유 업체까지 수백여 업체들이 서비스 개시 한 달 만에 날도를 찾은 것도 배달사고 위험이 거의 없어서다. 배달기사 역시 실시간으로 동일 지역 배송주문을 확인해 짧은 시간에 묶음배송할 수 있다.

정 대표는 나아가 지나치게 박한 배송기사들의 수익을 개선하기로 했다. 정 대표는 "보통 1만원짜리를 배송하면 배송기사가 77%를 가져가고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회사가 23%를 가져가는 구조"라며 "배송기사들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가격을 올리는 서비스 질을 개선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란 눈의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에게 국내 퀵서비스시장은 이해하기도, 접근하기도 어려운 시장일 것이라는 편견이 많지만 정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택시 앱 우버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오히려 기존 시장을 이용할 수 있어 장점이 많다고 일축했다. 정 대표는 "택시는 거리에 나가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지만 퀵서비스는 주문해야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결국 플랫폼이 필요한 산업"이라며 "여기에 택시법 등 법률적인 문제가 없고 급성장한 해외 대도시에서 성장 가능성도 크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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