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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한 제자가 서울 강북 도심에 있는 회사에 취업해 출퇴근을 하는데 집이 용인 동백이라 출퇴근으로 4시간 가까이 허비하며 다녀야 했다. 근무시간의 절반에 가까운 통근시간을 포함한 이 친구의 통근비용은 얼마일까. 아마도 월 100만원은 족히 될 것이다. 그럼 평생 지불해야 하는 통근비용의 현재 가치는 얼마가 될까. 시장 이자율과 유사한 3%의 할인율을 적용하면 얼추 3억원이 넘는다. 이것이 면적으로 확산된 도시가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통일이나 출산율의 개선과 같은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30~40년 뒤 축소되는 도시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주택공급을 멈추고 하릴없이 30~40년 뒤의 도시축소기를 기다리며 높아지는 주거비용을 30여년 동안 견뎌낼 수도 없다. 향후 20~30년 동안은 가구 수 증가로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존재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그런 저성장 시대의 축소되는 도시를 대비해야 할까.
수도권을 포함한 국내 대도시들은 고성장기 신도시와 같은 도시 최외곽의 신규 택지개발을 통한 도시의 면적인 확산에 큰 부담을 느끼지 못했다. 여기에 대도시권에 설정된 그린벨트와 도심 인접지역의 재건축 및 재개발을 억제하는 규제들이 그런 면적인 확산을 더욱 가중시켰다. 그런 결과로 서울에서 30㎞ 이상 떨어진 화성동탄은 30~40층 주거가 올라가는데 실질적인 서울 대도시권의 도심인 강남 주변은 여전히 5층 아파트로 남아 있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그 사이의 보전 필요성에 의문이 가는 가용한 토지는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그런 도시 공간구조에서 더 많은 제자와 같은 출퇴근자들이 만들어지게 됐다. 저성장 시대에서 그런 도시 구조는 사회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그동안 진전이 이뤄지지 못했던 도시 공간구조의 효율화를 위해 무언가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우선 도심 주변의 재개발 및 재건축을 통한 밀도 증가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도심 주변의 고밀개발로 인해 해당 지역의 주거환경의 질이 조금은 열악해질 수 있으나 도심이 지닌 입지적인 장점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리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역할을 수복형 재개발의 또 다른 형태인 도시재생은 만들어내기 힘든 면이 있다. 그러나 재개발 및 재건축은 복잡한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 그럼 다시 도시 외곽에 택지개발을 통해 부족한 주택을 공급해야 할까. 이 또한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다른 대안은 그린벨트 내 보전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이다.
도시의 물리적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그린벨트는 아이러니하게도 급격히 성장하는 도시에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고 달성하지도 못한 규제장치였다. 오히려 그린벨트로 인해 도심에 가까운 가용토지를 남겨두고 저 멀리 녹지를 훼손하면서 택지개발을 해야 하는 원인이 됐다. 그린벨트 조정에 대한 요구가 나올 때마다 반대 논리로 제시되는 주장 중의 하나가 있다.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축소를 앞두고 있는 국내 도시에서 그 미래 세대가 최근 태어난 세대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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