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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어느 젊은이의 죽음을 바라보며

윤기원 법무법인(유) 원 대표변호사


연이어 터져 나오는 군 관련 뉴스가 가슴을 저민다. 집단 따돌림에 격분한 병사가 동료 병사를 총기로 살해한 사건 파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동료들로부터 집단 왕따와 가혹행위를 당한 사병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망한 병사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행된 집단구타와 성추행 등은 너무 끔찍하고 충격적이다.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 군대 간 애인을 둔 여자친구, 입대를 앞둔 입영후보자 등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군대의 끔찍이 찌그러진 모습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는 분노에 찬 반응이 인터넷의 댓글 창을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해당 군 책임자들이 사건 내용을 밝히기보다 은폐하려 시도했고 사건의 진상이 군 인권 관련 민간단체와 가족들의 집요한 노력으로 겨우 세상에 드러났다는 점이다. 군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모든 남자는 국방의 의무를 진다. 남북 간 대치 상황에 병역의무가 강제적으로 부여된 현실을 인정한다더라도 이는 최소한의 인권이 지켜지는 조건에서 이행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병역의무를 지는 대한민국 남자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항시 노출됐다. 한번 인터넷을 통해 10년 이내의 군 관련 가혹행위나 왕따 등을 검색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군 인권 침해 사건은 수시로 터졌고 그때마다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엄벌,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한 대책 수립 등의 일정한 도식을 따라 상황이 전개됐다. 얼마나 형식적이고 면피하는 대응이었는지는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아졌다고 느끼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국무위원이나 국회의원, 그의 가족 등의 병역면제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이 열악한 군 인권 상황과 일정 관계가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군대 내 가혹행위나 성폭력 등 인권 침해는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지만 불행히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군 인권 문제는 한국 군대뿐 아니라 외국 군대에서도 항상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다. 문제는 결국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이 아니라 발생한 사고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될 것이다. 군 인권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여러 번 관련 권고를 했다. 그럼에도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군 당국자의 보신주의와 단기적인 땜질처방이 관행화돼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즉 누구도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고 이를 해결할 의지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사망한 군인 본인과 가족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가해자 또한 대물림되는 폭력적인 군대문화의 또 다른 피해자다. 가해자 처벌을 넘어 폭력적인 군대문화를 근절하고 인권 친화적인 군대문화로 바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런 변화의 움직임이 지금까지 군 복무 중 군 폭력에 의해 피해를 당한 모든 이들에게 다소간의 위로와 평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군 당국이나 정치권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앞으로 군 인권에 대한 정부 입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군 책임자의 인권에 대한 굳은 의지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군대 사회 모든 구성원의 인권의식이 한 단계 향상돼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군 인권을 개선하는 안은 군인권법제정 등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제시돼 있다. 정부가 얼마나 실행할 의지가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또 개별 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벌은 여론의 관심이 있는 동안은 가능해 보이나 폐쇄성을 가진 조직인 군대 내 문화가 바뀌기까지는 끊임없는 점검과 평가가 필요하다. 군 문화를 바꾸기 위한 은근과 끈기, 그리고 일관성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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