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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통상전문가' FTA협상 손떼다

김한수 교섭 대표 내달 해외공관장 부임


“가장 중요한 시기에 빠져 나와 아쉬움이 많습니다. 국익을 위해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반드시 타결돼야 합니다.” 김한수(사진) 전 통상교섭본부 FTA 교섭대표는 늘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막상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에는 많은 애착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FTA의 ‘산파’로 대한민국의 동시다발적 FTA 전략을 가능하게 했던 그였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외교통상부 고위급 전보발령을 통해 마침내 FTA라는 고단한 짐을 내려놓고 이제 곧 해외공관장이라는 새로운 자리에서 공직경험을 쌓게 된다. 김 전 대표가 통상문제에 매달린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그는 지난 1998년 ‘FTA 기본추진계획’을 손수 만들어 입안한 뒤 한국의 첫 FTA 협상인 한ㆍ칠레 FTA를 시작으로 우리 정부의 거의 모든 FTA 협상에 참여해왔다. 특히 그의 수완이 마지막으로 기대됐던 한ㆍEU FTA에서 그는 지난 2월 6차 협상 당시 일부 민감사안을 제외한 부문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를 거둔 채 나머지 몫을 이혜민 신임 FTA 수석대표에게 넘겼다. 자칫 후임 수석대표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FTA에 대한 언급도 매우 조심스러웠다. “벌써부터 일부 언론이 ‘능력이 부족해서 교체됐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더군요. 어려운 협상이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떠나는 게 아쉬운 것이고요.” 미완 상태에서 해외공관장으로 떠나다 보니 외부의 따가운 질타로 마음고생도 적지않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특유의 또박또박한 어조로 줄곧 EU와의 FTA 타결에 강한 신뢰와 믿음을 던지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FTA는 새 정부 내에서 가장 중요한 통상정책 중 하나”라며 “지난 6차례의 본협상 과정을 돌이켜볼 때 타결 전망은 매우 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많은 우여곡절도 있었다. 단적인 예로 그는 협상 때마다 “한미 FTA에서 합의한 수준의 양허안을 내놓으라”는 EU 측의 이른바 ‘코러스 패리티(KORUS Parity)’ 요구 등에 얼굴을 붉혀가며 싸웠다고 한다. 외교통상부 내부에서는 ‘선비’형 관료로 불리지만 협상 테이블에만 서면 파격 발언을 서슴지 않은 매서운 ‘싸움닭’의 면모를 감추지 않았다. 오는 4월 말이면 해외공관장으로 떠나야 하지만 아직 어느 국가로 파견될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 한국의 FTA 영토를 크게 넓힌 주역인 터라 파견국도 한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가 될 수 있는 흥미로운 상황이다. 그러나 “그냥 좋은 데로 가면 좋겠다”고 대답하는 김 전 대표의 무심한 반응에서 여전히 그의 머릿속이 ‘FTA’ 현안으로 가득 차 있음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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