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하이트맥주, '금녀의 벽' 허무니 실적도 쑥쑥

주류업계 첫 女 영업사원 채용<br>여성 음주인구 늘면서 저도주 마케팅 호평<br>男 사원보다 세심하고 감성 더해 큰성과

하이트맥주 여성 영업사원인 강유미(가운데)씨와 최선영(오른쪽)씨가 지난해 연말 서울 여의도의 한 고깃집에서 고깃집 사장에게 새해 인사와 함께 회사 판촉물을 전달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하이트맥주의 신입 영업사원입니다. 저희 맥주를 많이 써주셔서 감사하고요, 연말연시 회식 손님들이 많은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연말 저녁 손님들로 붐비는 서울 여의도의 한 고깃집. 하이트맥주의 신입 영업사원 최선영(25)씨가 고깃집 사장한테 감사 인사와 함께 판촉물인 플라스틱 맥주잔을 건넨다. 이어지는 고깃집 사장의 한 마디. "여자라고 더 봐주는건 없어요. 남자든 여자든 우리 업소에 혜택을 더 많이 주는게 가장 중요하니까" 하이트맥주가 지난해 7월 주류업계 최초로 채용한 여성 영업사원들이 주류 영업현장에 신선한 분위기를 낳고 있다. 이들 여성 영업사원 10명은 남성 동기들 20명과 함께 6개월간 강남ㆍ신촌 일대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뒤 현재 각 영업지점에 배치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류영업은 1차 거래선인 주류도매상 영업과 2차 거래선인 음식점 등 소매점 영업으로 나뉘는데 이들 여성 사원은 2차 거래선 영업관리를 담당한다. 연말연시 술자리가 늘어나면 주류회사 영업사원도 덩달아 바빠지기 마련. 전날 과로로 병원에서 링거를 맞은 신입사원 강유미(25)씨는 '링거 투혼'을 불사른다. "처음에는 업소를 하도 많이 찾아가니 귀찮아 하다가 우리 맥주를 판매할 때까지 매일 오겠다고 하자 결국 우리 맥주를 들여놓더라고요. 냉장고에 진열된 맥주를 봤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주류업계가 원체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데다 술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그 동안 주류 영업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최근 여성 음주인구 증가에 맞춰 저도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하이트맥주는 영업 현장에서 '금녀의 벽'을 깨트렸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성 영업사원을 선발한 것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이었으나 모두들 거래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실적도 좋아져 회사내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바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 영업사원들은 인턴 기간 남성 동기들과 함께 배치됐던 강남ㆍ신촌지역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다. 강남지역의 '하이트' 판매업소 비율은 지난해 9월 이전 53%에서 11월 말 89%로, 신촌지역은 60%에서 80%로 증가했다. '맥스'의 판매업소 비중은 더욱 크게 늘어 같은 기간 강남의 경우 20%에서 82%로, 신촌에서는 24%에서 60%로 급증했다. 최씨는 "여성 영업사원들은 아무래도 남성들보다 관찰력이 좋아 놓치는 부분이 적고 세심하고 감성적인 부분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처음 찾아간 업소에서 어떤 커피를 마시는지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방문할 때 그 커피를 사들고 가 업주와 종업원들의 환심을 샀다. 판촉물 하나도 예쁘게 포장하려 신경을 쓴다. 강씨는 과자 포장 하나하나마다 '업소의 번창을 기원합니다'는 스티커를 붙여 돌렸고 추석 때는 업소마다 손수 쓴 카드를 전했다. 업주들의 얘기를 살갑게 귀담아 듣다보니 이들을 딸처럼 대하는 업주들도 있다고 한다. 주류업계 첫 여성 영업사원을 접하는 업주들은 대개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여의도의 한 고깃집 사장은 "남성의 경우 영업형태가 대부분 비슷비슷한데 여성 영업사원들은 업소별 특성을 파악해 세심하게 배려하는 감성적인 부분이 앞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영업사원들의 성실함은 회사도 놀랄 정도다. 강씨는 구두를 신고 강남지역 언덕길에 몰려 있는 업소들을 돌다가 발톱이 빠졌고 최씨는 신발 밑바닥에 구멍이 ?린 것도 모르고 현장을 누빈 적도 있다. 회사에서는 편한 신발을 신어도 좋다고 하지만 이들은 업주들에게 예의를 지킨다며 아직도 구두를 고집한다. 이 소식을 들은 이장규 하이트-진로그룹 부회장이 최근 신입사원들에게 구두상품권을 선물하기도 했다. 점심 때부터 40여군데의 업소를 방문한 이들의 퇴근시간은 저녁 9시 무렵. 최씨는 "원래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첫 여성 주류 영업사원에 지원하게 됐다"며 "업주들과 정도 제법 쌓이고 거래처도 늘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영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