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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시자들' 처럼 모니터링 "호가 데이터로 심리까지 읽어요"

불공정거래 등 하루 100건 이상 적발<br>유료사이트 몰래 가입해 이상조짐 포착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직원들이 이상 급등 종목을 거래한 계좌들을 분석하고 있다. 시세조종 세력들은 100개 이상의 계좌로 주가를 조종하기도 하는데 시장감시본부에서는 호가와 체결 내역 등을 살펴 불법거래 행위들을 밝혀낸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지난달 30일 장 마감 10분 전 한국거래소 14층 시장감시본부. 갑자기 직원들의 눈과 손이 빨라졌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한 DMZ테마주에 시가보다 10% 이상 높은 매수호가로 7,000주가 들어온 것. 이 계좌의 주인은 2분 뒤 또다시 더 높은 가격으로 1만2,000주를 샀다. 3분 뒤 역시 매수세가 유입됐다.

그 순간 팀원 한 명이 "연계성 계좌들을 모두 찾아냈다"고 팀장에게 보고했다. 장 종료 1분 전 동일한 행태를 보였던 계좌들이 일제히 모든 주문을 취소한 것이다. 주가는 이미 7% 이상 급등한 상황. 2시50분부터 3시까지는 호가만 내고 체결이 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기존에 이 계좌가 보유하고 있는 물량은 전량 매도됐다. 하지만 거래소 예방감시팀원들은 2년 동안 개발한 시스템을 통해 주가조작 세력들의 거래내역, 수법과 심리 등을 분석해 재빠르게 불공정거래를 적출해냈다.

변수양 시장감시본부 팀원은 "최근에는 작전시간이 20분까지 줄어들었다"며 "세력들은 미리 일정 물량을 사둔 다음 짧은 시간 동안 매수주문을 제출해 주가를 올리고 차익을 남기는 수법을 쓴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2~3일에 걸쳐서 한꺼번에 큰 차익을 남기려 했다면 최근에는 다수종목에 걸쳐 박리다매식으로 이득을 취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감시본부 직원들은 최근 개봉해 인기를 끈 영화 '감시자들'의 주인공처럼 자본시장의 구석구석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김진수 시장감시본부 과장은 "요즘은 소량주문을 이용한 초단기 시세조종 행위를 비롯해 유료 매매프로그램 활용, 테마주로 둔갑하는 수법 등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하루에도 100건 이상 불공정거래를 적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예방조치를 한 건수가 올 상반기 2,26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8% 증가했다. 투자주의ㆍ투자경고 등 시장경보종목으로 지정한 사례 역시 올 상반기 1,063건으로 27.4% 늘었다. 2월에 사이버감시팀이 신설돼 6,445건을 모니터링했으며 이 중 398개 종목을 이상 거래로 적출했고 39건을 시장감사 또는 심리를 의뢰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시장감시본부의 예방감시부와 시장감시부에서 이처럼 비정상적인 주가ㆍ거래량 변동이 발생할 경우 시스템을 통해 적출해 심리부와 감리부로 넘긴다. 이 부서들은 이상거래가 발생한 특정 종목에 대해 집중적으로 시세조정 여부와 미공개정보 이용 여부를 파헤친 뒤 금융위원회에 통보한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검찰에 고발되기도 한다.

코스피 774개, 코스닥 991개 종목을 가지고 주식시장에서는 50만개의 계좌를 통해 하루 900만~1,000만건 이상의 호가가 제출된다. 계좌당 하루에 20호가를 제출하는 셈. 따라서 시감위 직원들은 세력들의 암호 같은 호가와 체결 내역만으로 투자자의 심리를 꿰뚫어야 한다.

박종식 예방감시팀장은 "하루에 발생하는 1,000건 이상의 호가를 데이터화해서 불공정거래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까지 읽어낼 수 있다"면서 "가령 계좌는 다른데 동일한 형태로 거래를 하는 계좌들을 단일계좌로 추정하고 그들의 매수ㆍ매도 호가를 살펴보면 한 사람이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하는 것들을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의 감시자들은 증권방송, 인터넷 카페, 종목 게시판, 언론 등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 소문들도 샅샅이 찾아내 문제가 있는 계좌들과 연결시킨다. 박희원 사이버감시팀 팀원은 "하루에 엄청나게 쏟아지는 정보들을 수집하면서 이상이 있을 것 같은 종목들의 계좌 거래를 유심히 살펴본다"면서 "유료사이트에 몰래 가입해 그들의 움직임까지 포착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이달 중에 사이버감시센터가 만들어지면 인터넷을 통한 주가조작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도형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주가조작과 관련된 예방활동의 시점을 앞당기려고 노력 중"이라며 "지금까지 불공정 거래가 이뤄지고 나면 그 이후에 점검을 하는 식이었지만 앞으로 상습적이고 중대한 상황은 행위가 발생한 시점에 바로 경고를 주는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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