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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받아온 SK네트웍스가 당초 예상보다 8개월 빠른 19일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했다. SK네트웍스의 워크아웃 졸업으로 SK글로벌ㆍSK해운 분식회계, 최태원ㆍ손길승 회장 구속, SK㈜ 경영권 분쟁 등 숨가쁘게 진행돼온 SK 사태는 완전히 매듭을 짓게 됐다. SK네트웍스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이날 “채권 금융기관별 동의서를 접수한 결과 채권단 동의가 오늘 오전 75%를 넘었다”며 워크아웃 졸업을 공식 발표했다. 채권단은 SK네트웍스가 졸업 목표 시한 이전에 영업이 정상화돼 경영정상화 약정을 충족시켰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최 회장이 채권단에 출연하기로 했던 워커힐 주식 보유분 전량을 SK네트웍스에 무상 출연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자본잠식서 포천 500대 기업으로=SK네트웍스(옛 SK글로벌)는 지난 2003년 검찰 수사로 1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서 급격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최 회장의 사재 출연과 채권단의 부채비율 재조정 등의 험난한 과정을 겪으며 간신히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완전 자본잠식 상태여서 쉽게 정상화를 점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워크아웃 돌입 이후 SK네트웍스는 40개가 넘었던 해외 법인과 지사를 17개로 줄이고 경공업 무역 부문 폐쇄, 직물사업 분사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800여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2003년 1,921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004년과 2005년 각각 3,537억원 및 3,559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최대인 3,88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SK글로벌 사태로 2003년 9월 C등급으로 떨어진 투자등급도 1년여 만에 8단계 상승하며 2004년 12월 BB+로 올랐고 지난해 9월에는 투자적격 등급인 BBB-를 획득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467위에 오르며 한국의 대표 종합상사로의 위상을 분명히 다졌다. ◇과감한 투자 행복 날개 펄럭인다=SK네트웍스는 이번 워크아웃 졸업 이후 미래 성장엔진 마련을 위해 과감한 투자와 신규 사업 진출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네트웍스는 이미 지난달 29일 1억3,300만달러를 중국 구리광산 개발업체인 북방동업주식유한공사에 투자, 지분 45%를 획득하며 해외자원개발사업을 본격화했다. 또 주유소ㆍ차량정비ㆍ패션업 등 이미 진출한 업종의 사업 확대와 신규 사업 진출 등 중국 중심의 해외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기술(IT) 부문은 기존의 기업전용선망사업에 더해 전자정보통신망 및 인터넷전화사업에 적극 나서는 한편 옥수수 성분으로 만든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에콜그린’을 바탕으로 고부가 환경사업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 졸업으로 직원들이 무척 고무돼 있다”며“조만간 경영에 대한 비전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유 회장, 해외채권단에 CBO방식 관철
2003년 협상성공 뒷얘기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이 4년 동안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끝내고 경영정상화를 이뤘지만 지난 2003년 워크아웃 개시를 전후해 상당한 우여 곡절을 겪었다. 그중 가장 큰 고비였던 것이 해외 채권금융기관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였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적용을 받지 않은 해외 채권금융기관은 국내 채권금융기관의 협상을 거부한 채 보유채권의 전액 상환을 요구하며 정부 및 주요 기관에 압력을 행사했다. 이때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당시 하나은행장)의 승부사 기질이 빛났다. 김 회장은 2003년 7월 94개에 달하는 국내외 채권금융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현금채권매입(CBOㆍCash Buy Out) 방식의 채권 재조정안을 제시했다. 보유채권 중 43%를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채권은 포기하는 방식. 이날 회의에서 김 회장은 "CBO 방식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SK네트웍스의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해외 채권금융기관들의 손실은 더욱 클 것"이라고 설득, 해외 채권자들과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것으로 SK네트웍스에 대한 채권 재조정안이 매듭지어졌고 워크아웃이 개시될 수 있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SK네트웍스의 사례는 국내 워크아웃 사상 처음으로 국내외 채권단이 동등한 대우를 받았던 것"이라며 "순수한 시장논리에 따라 워크아웃이 시작된 첫번째 케이스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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