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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흥남부두 생각나"… 미국 노병의 눈물

한국전 참전 옴스테드 예비역 장군, '국제시장' 워싱턴 특별상영 참석

"긴박했던 흥남철수 작전 생생… 내가 뭘 위해 싸웠는지 다시 느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1시(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의 리걸극장 2층 상영관. 영화 '국제시장(영문명 Ode to My Father·아버지 헌정시)'을 관람하던 '영원한 노병(老兵)' 스티븐 옴스테드(85) 예비역 장군의 두 눈에는 촉촉한 눈물이 맺혔다.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미 해병대 중장 출신인 그를 비롯해 극장을 메운 백발의 한미 참전용사 50여명은 너나 할 것 없이 흥남철수작전과 피란민들의 생이별을 보는 장면에서 연신 손으로 눈물을 훔치기 바빴다.

이날 특별상영회는 북한동포사랑 한인교회연대(KCNK)와 북한인권단체인 LiNK가 마련했으며 6·25 참전 국가유공자회 워싱턴 지회와 워싱턴 재향군인회, 미국 측 한국전 재향군인협회 소속 참전용사들과 주미 대사관 소속 무관들이 참석했다.

영화 초반 긴박했던 흥남철수작전을 지켜본 옴스테드 장군(사진)은 "당시 흥남부두에서 아우성치던 사람들의 모습과 군함·병력과 장비의 움직임을 너무도 정확히 그려내 정말 놀랐다"며 "그야말로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던 엄동설한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당시 사병으로 입대한 그는 1950년 10월 원산에 상륙했던 미 해병1사단 소속이었다.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고 흥남에 도착한 그는 흥남부두에서 일사불란하게 군함에 승선했으나 당시 흥남 피란민들이 겪었던 '아비규환' 같은 상황을 잊지 못했다.

옴스테드 장군은 "전쟁은 정말 생지옥"이라며 "전투과정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육군과 해병대에도 지옥이었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을 하는 민간인들의 아픔은 형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를 가장 크게 울린 장면은 힘들게 군함 갑판에 오른 소년(주인공 덕수)이 여동생(막순이)의 손을 잡아 끌어올리는 순간 저고리 소매만 남고 여동생이 바다로 떨어지는 때였다. 그는 "솔직히 이 순간 눈물을 훔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주인공 덕수가 헤어진 여동생을 1980년대 초 이산가족 찾기 행사에서 만나는 장면에서는 그뿐만 아니라 참전용사와 기자들을 아울러 객석 전체가 한마디로 '눈물바다'였다. 옴스테드 장군은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객석 앞으로 나와 "한국전쟁은 결코 '잊힌 전쟁(Forgotten War)'이 아니었다"며 "내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분명히 알게 해준 '잊힌 승리(Forgotten Victory)'였다"고 강조했다.

이날 상영회에는 흥남철수 과정에서 선박 내 무기를 버리고 피란민들을 극적으로 탈출시킨 당시 10군단장이었던 에드워드 아몬드(1892~1979) 소장의 외손자인 토머스 퍼거슨(72) 예비역 대령이 참석했다.

퍼거슨 대령은 "아버지가 2차대전에서 숨져 외할아버지는 내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며 "외할아버지는 1차대전과 2차대전·한국전쟁 때 인천상륙작전까지 참여하며 엄청난 전과를 세웠지만 가장 의미 있었던 작전은 바로 흥남철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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