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나 죄를 심판하는 법관도 주먹다짐을 한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하지만 프로 권투선수는 다르다. 그의 주먹은 살인무기로 링 밖에서 휘두르면 살인미수로 구속된다.
#2. 노상방뇨는 경범죄로 벌금 3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사정과 형편을 헤아린다. 가령, 이제 막 기저귀를 뗀 어린애의 노상방뇨를 경범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3. 지인에게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기도 한다. 부모들은 다 큰 자식에게도 "밤길 조심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이 전화해서 "밤길 조심해라"라고 걱정을 해 준다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기자는 지난 8일자로 'IBM이 한국 기업에게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해 라이선스(특허료)를 요구했다'는 기사를 썼다.
특허청은 곧바로 지식재산보호협회 등을 통해 실태파악에 나섰고, 조만간 중소ㆍ중견기업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IBM이 특허료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들이 특허를 무단으로 쓴 게 문제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IBM은 "안부 편지를 보냈을 뿐, 협박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일견 맞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마치 "한 대 때렸다고 살인미수냐", "노상방뇨했으니까 벌금 내라", "'밤길 조심해라'는 말이 어떻게 협박이냐"는 것과 같다.
IBM은 회사가치가 200조원이 넘고, 6만 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반면 국내 기업은 특허에 있어선 '미취학아동' 수준인 중소ㆍ중견기업이다. 복잡한 특허를 분석할 전문인력도 제대로 없다.
IBM은 기업들에게 "어떤 특허를 침해했고, 이에 대해 적절한 비용을 내야 한다"고 알려주지 않고, "알아서 돈 내라"는 듯 방대한 특허 리스트를 보냈다. 마치 핵주먹 타이슨이 길에서 오줌 싸는 어린애에게 윽박지르며 "잘못했으니 꿀밤 맞아라"라고 말하는 식이다.
국내 기업도 "실제로 특허를 침해한 게 있다면, 합리적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앞으로는 개방정책(오픈소스)을 내세우고, 뒤로는 "당연히 침해했을 테니 돈이나 내라"는 식의 행동은 글로벌 기업 IBM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