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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요리에 숨어있는 인간 진화의 역사

■요리 본능 (리처드 랭엄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재래 시장에서 간단하게 뚝딱 해치우는 국밥 한 그릇에서부터 긴 시간 동안 느긋한 마음으로 다음 요리를 기다리는 프랑스 정통 코스 요리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메뉴와 레시피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요리가 갖는 존재감은 이미 일상의 가장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혹은 육체적ㆍ정신적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나와 내 가족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던 작업이 이제는 생존을 넘어 하나의 즐거움이자 문화 생활, 그리고 거대한 산업군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이자 진화 인류학자인 저자는 불로 요리하기 시작한 것이 인류에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약 190만 년 전 인류가 호모 하빌리스에서 직립 원인으로 진화해 나온 계기가 바로 일부 호모 하빌리스가 불을 사용해 음식을 익혀 먹게 된 것이라는 ‘화식(火食) 가설’을 편다. 음식을 불에 익히면 단단하고 질긴 섬유질이나 육질이 부드럽고 연해져 씹고 소화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줄고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는 늘게 된다. 저자는 “음식을 불로 조리한 이후 인간은 음식 씹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하루에 4시간씩, 소화에 드는 에너지 소모량은 10% 가량 절약할 수 있게 됐고 덕분에 소화기관은 상대적으로 작아졌다”고 말한다. 특히 일부에서 인류가 원래 채식주의자였다고 주장하는 인간의 약한 턱과 작은 입, 무딘 치아 등의 신체적 특징은 오히려 채식이든 육식이든 불에 익힌 음식을 먹도록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저자는 반박한다. 소화율을 높여 소화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게 하는 이점 외에도 가열 조리는 세균이나 각종 병원균을 제거해 보다 안전하게 먹을 거리를 섭취할 수 있게 하며, 여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품이 많이 드는 사냥 등 다른 활동에 투자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가열 조리를 통해 뇌에 지속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에너지가 공급되면서 신체 대비 뇌 용량이 커진 점을 주목했다. 저자는 “뇌는 인체에서 전체 무게의 2.5%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기본 대사율의 20%를 차지하는 고비용 조직”이라며 “가열 조리는 인간이 독보적으로 큰 뇌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부실한 육체에 비해 빛나는 정신력을 부여했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뚝딱뚝딱 끓여주는 된장찌개 속에, 구내 식당 아주머니가 만든 제육볶음 속에 우리 인류의 기원과 진화의 역사가 숨어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요리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해 준다.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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