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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서민경제 회복이 더 급하다

황원갑<소설가ㆍ한국풍류사연구회장>

[시론] 서민경제 회복이 더 급하다 황원갑 황원갑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니 정부에서는 급기야 한국판 뉴딜정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생존의 위협에 빠진 서민경제 회복이 더욱 시급하다. 이 정권 상층부에 요즘 시중에서 떠도는 우스갯소리 한 가지를 들려주고 싶다. 요즘 20대가 취직을 하면 가문의 영광이라고 한다. 30대가 직장에 다니면 동네잔치를 벌일 일이라고 한다. 40ㆍ50대가 아직도 직장에 다니면 국가적 경사라고 한다. 60대가 아직도 은퇴를 안했으면 세계 8대 불가사의에 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사업을 하고 있으면 21세기 한강의 기적이라는 것이다. 한갓 우스갯소리에 불과하지만 그저 웃고 지나쳐버릴 수만은 없는 농담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심각한 중병에 걸렸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살기 힘들다고 한다. 전보다 살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갈수록 더욱 힘겹다고 아우성이다. 극심한 경제불황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일부 부유층의 씀씀이는 여전히 커지고 있지만 경기침체에 물가고까지 목을 조르는 서민들의 생활경제는 단순히 가계가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가오는 겨울을 두려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의 소비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몰지각한 부유층의 무분별한 사치와 낭비, 후안무치한 과소비 행태가 멈출 줄 모르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다. 세계에서 399대밖에 없다는 스포츠카인 이탈리아제 엔초 페라리가 최근 국내에서 15억원에 팔렸다고 한다. 서울 근교의 40평형 아파트 5채와 맞먹는 값이다. 1,800㏄ 중형승용차 100대를 살 수 있는 돈이다. 등록세만 해도 1억원이라고 한다. 그 차의 주인이 누군지는 굳이 알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가 누구든 ‘내 돈 가지고 내 마음대로 사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소리는 감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소유주의 신분을 철저히 비밀로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또 L백화점이 250세트 한정판매하는 1,000만원짜리 상품권이 4일 만에 35세트나 팔려나갔다고 한다. H백화점이 개설한 1일 수강료 30만원인 꽃꽂이 강좌와 1회 수강료 10만원인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도 인기라니 그저 기가 막힌다. 반면 서민들은 매일매일 살아가기도 힘겹다. 콩나물 한 봉지에 1,000원, 우유 한 통에 1,700원, 두부 한 모에 2,250원, 계란 한 줄에 2,400원, 고등어 한 마리에 4,000원이니 주부들의 장바구니가 갈수록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뿐이랴. 1주일에 한 번 가던 목욕을 2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하던 이발을 두 달에 한 번으로 줄인 사람이 부지기수다. 같은 값인 1,200원짜리 소주보다 배가 부른 막걸리가 더 잘 팔린다고 한다. 형편이 이럼에도 무슨 낯으로 정치를 하고 국가를 운영한다고 큰소리를 칠 수 있단 말인가. 이처럼 빈부격차는 날이 갈수록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는 무엇을 가져오는가. 심각한 사회문제를 불러온다. 이웃은 굶주리고 헐벗거나 말거나 일부 졸부들의 무분별하고 몰지각한 과소비 행태는 변할 줄을 모르니 큰일이다. 경제의 주름살은 나날이 깊어만 가는데 지금 남보다 돈이 더 많다고 해서 흥청망청할 때인가. 서민이 빈민으로 내려앉을수록 사회정의가 설 자리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빈민의 원성은 필연적으로 졸부들에게 향하고 나아가 위정자에게 향하기 마련이다. 그런 사태를 어찌 감당하려는가. 정부도 그동안 경제회복을 위해 지난해에 기업투자 활성화방안, 증시대책과 서민ㆍ중산층 생활안정 종합대책 등을 내놓았고 올해 들어서도 신용불량자 종합대책, 건설경기 연착륙驛? 중소기업경쟁력강화 방안, 서민ㆍ중산층 생활안정대책, 재정지출 확대방안 등을 내놓아 나름대로 노력한 바는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효과는 백약이 무효였으니 이를 어쩌면 좋으랴. 한국형 뉴딜정책의 효과도 미지수요, 지금으로서는 부정적 예측이 우세하다. 정부는 이처럼 거창한 경기회복 정책보다도 당장 겨울을 앞둔 서민들의 생계위협부터 해소해줘야 한다. 민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을 삼가야 한다. 입력시간 : 2004-11-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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