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이어 LCD 패널에 대한 담합조사가 이뤄지며 국내 LCD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재로선 담합조사의 내용이나 대상, 정확한 목적 등을 알 수 없는 상황이란 점에서 파장이 어느 정도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3년의 시간을 끌었던 반도체 담합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 담합조사 역시 LCD업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반경쟁적 행위에 대한 조사가 국내뿐 아니라 미국ㆍ일본ㆍ대만에서도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쉽게 끝날 문제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LCD업계의 한 관계자는 “패널가격 급락으로 수익성이 하락한 LCD 업체가 수익 보전을 위해 가격 담합을 한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재의 LCD 패널 가격은 (공정경쟁당국의 의혹과 달리) 시장 원리에 따라 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담합조사에 대한 또 다른 의문은 ‘의혹제기 주체’다. 현재 시장 상황은 LCD, PDP TV간 치열한 시장 주도권 경쟁 속에 가격 하락 압박이 심한 상황이다. 당연한 수순으로 LCD 패널 가격이 추가 하락하지 않을 경우 일부 TV세트 업체들은 가격 인하폭만큼의 수익 악화를 피하기 힘든 구조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이번 담합조사를 촉발시킨 ‘의혹 제기자’를 TV세트 업체로 보고 있다. LCD업계 관계자는 “LCD 패널의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TV 가격 인하 속도에 비해 LCD 패널 가격 인하 속도가 더디다고 판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LCD 업체들은 패널 가격 담합조사 결과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40인치 이상 대형 TV용 LCD에서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 국내 업체들이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시장 1, 2위. 섣부른 예상이지만 반도체 담합과 마찬가지의 결과가 드러난다면 자칫 특정 국가에 의한 인신구속의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LCD 담합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내 LCD업계의 시장 지위에는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계 LCD 업체들이 동시에 조사를 받고 있고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LCD도 조사결과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기반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조사 내용 등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답변할 것이 없다”며 “미국 법인 등에 확인한 후 법무팀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미 법무부의 2002년 D램 가격 담합 협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각각 3억달러와 1억8,000만달러라는 엄청난 벌금을 내고 임원들이 징역형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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