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현재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오경택(69ㆍ사진)씨. 그는 지난달 29일 이 병원에서 호흡곤란, 가슴 두근거림 때문에 심장수술을 받았다.
병명은 '교착성 심낭염'. 병원에서 짚은 원인은 우심방 옆 탄두였다. X레이와 컴퓨터 단층촬영(CT) 필름에는 심장 바로 옆 경계선에 총알 모양의 금속성 물체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오씨는 6세 때인 지난 1950년 10월 강원도 양양군에서 아버지를 따라 계곡에서 가재를 잡다가 총상을 입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업고 동네 의원으로 달려갔다. 응급처치로 기적처럼 목숨은 건졌지만 총알은 몸 안에 남았다. 총알이 할퀸 오른쪽 가슴에는 큰 흉터가 새겨졌다. 아버지는 그에게 "인민군이 쏜 총에 맞은 것"이라고 했다. 그의 고향 양양군에서 퇴각하지 못한 북한군이 몇몇 남아 있었으며 그들의 소행이었다는 것.
오씨는 이후 군인의 길을 걸었다. 그는 직업군인이 된 이유에 대해 "내 몸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그들로부터 이 나라와 다른 사람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35년간 군 복무를 마치고 원사로 전역할 때까지 정기 신체검사 때마다 총알은 보란 듯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주치의인 엄재선 교수는 "당시 총알이 폐와 심장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심장 바로 옆에서 멎는 바람에 기적적으로 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1㎜라도 더 들어갔으면 위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60년간 몸에 지니고 다녔다는 게 기적 같은 일"이라며 "어린 아이에게 총을 쏠 만큼 비극적인 일은 다시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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