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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두려운 아홉살짜리 아이

"수영 안 할래요."

물에 들어가자는 말에 A(9)군은 연신 손사래를 쳤다. 선생님이 흥겹게 물장구를 치는 친구들을 가리키며 '함께 하자'며 꾀어봐도 아무 소용없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그저 '싫다'는 답만 돌아왔다. 말을 듣지 않는 탓에 억지로라도 물에 데려가려고 하면 아이는 기겁하며 거세게 반항했다.

처음부터 아이가 물을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초 부모가 별거한 8년 전부터 줄곧 함께 살았던 시골의 조부모 집을 떠나 서울 서초구로 올라온 즈음부터, 물에 대한 '공포'가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았다. 그리고 두려움의 근원에는 함께 사는 아버지 B(36)씨가 있었다.

B씨는 지난해 6월 "남의 지갑을 줍고 그 돈을 꺼내 썼다"는 이유로 아들에게 화를 내며 종아리를 때리더니 물을 한 가득 담은 세숫대야에 아이의 머리를 집어넣었다.

'물고문'은 그 때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 달에 두 번이나 반복된 경우도 있었다. 그때마다 "숙제를 하지 않았다"거나 "술에 취해 그냥"이라는 이유가 따라 붙었다.

B씨가 저지른 학대행위는 이뿐이 아니었다. "책을 읽지 못한다"며 A군이 코피를 쏟을 때까지 손찌검을 하기도 했고, 때로는 A군의 목을 잡은 채 벽에 밀어놓고 마구 때려 바닥에 넘어뜨리기도 했다. 이때 넘어진 A군의 뺨은 10cm가량 찢어져 있었고 이마와 입술도 피투성이였다. 아버지는 119구급대를 부르기는 했지만 이후에도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0월께 A군의 몸과 얼굴에 생긴 상처를 보고 관련기관에 신고를 한 이웃이 있어 이들 부자는 다행히 떨어질 수 있게 됐다. 아이를 보호하는 동안 저지른 질러진 학대행위를 알게 된 서울시아동복지센터는 수사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안미영 부장검사)는 아버지 B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B씨는 (아들에게 저지른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경찰에서 이미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에 또 와야 하냐며 출석에 응하지 않았다"며 사안의 중요성 등을 감안해 직접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남의 집 아이라고 모른 척 하기보다 관심을 갖고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과정에서도 피해아동의 심리 상담치료를 진행하고 반복 진술을 피하기 위해 영상녹화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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