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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쥐어짜는 유럽과 퍼주는 한국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유럽 각국 정부가 고소득층의 복지 혜택을 줄이고 세금을 늘리는 정책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16세 이하 자녀가 있는 모든 가구에 주당 최고 20.3파운드(한화 3만4,600원)의 육아수당을 지급해온 영국이 앞으로는 부모 중 한 명의 연소득이 5만파운드(8,500만원)를 넘으면 절반 또는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프랑스도 강력한 부자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모두 세수 확보와 재정안정을 노린 것이다.

우리나라도 고소득층에 대한 실질과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무작정 퍼주기식의 보편적 복지가 구조적으로 자리잡아가는 분위기다. 국회는 0~5세 자녀가 있는 모든 가구에 보육료ㆍ가정양육수당을 지급하는 3조4,792억원의 관련예산을 통과시켰다. 정부안보다 오히려 6,897억원 늘어난 규모다. 육아와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를 증액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하루 5~7시간만 어린이집을 이용해도 종일반(12시간) 보육료를 지급하는 예산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후2~3시까지만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의 보육료 지원을 종일반의 70%로 삭감하는 보건복지부의 개선안은 자연스럽게 휴지조각이 됐다. 여기서만도 7,000억여원의 예산낭비가 발생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서는 이용시간이 짧아 교사 인건비까지 절약할 수 있는 전업주부의 아이를 선호한다. 종일반을 이용해야 하는 맞벌이부부 아이들은 찬밥 신세다. 혈세만 줄줄 새고 정책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가 교육현장의 비교육화를 초래한 꼴이다.



전업주부의 0~2세 자녀 중 74%(약 40만명)의 어린이집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7시간을 밑돈다. 여기에 종일반 기준으로 1인당 월 75만~40만여원의 혈세를 쏟아 붓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ㆍ감면 축소에 앞서 혈세가 새나가는 구멍들을 메우는 데 힘써야 한다. 자녀를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는 모든 가구에 소득을 따지지 않고 가정양육수당(10만~20만원)을 주는 것도 재고하는 게 마땅하다. 고소득층에 대한 영국 정부의 육아수당 삭감을 거울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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