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고소득층에 대한 실질과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무작정 퍼주기식의 보편적 복지가 구조적으로 자리잡아가는 분위기다. 국회는 0~5세 자녀가 있는 모든 가구에 보육료ㆍ가정양육수당을 지급하는 3조4,792억원의 관련예산을 통과시켰다. 정부안보다 오히려 6,897억원 늘어난 규모다. 육아와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를 증액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하루 5~7시간만 어린이집을 이용해도 종일반(12시간) 보육료를 지급하는 예산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후2~3시까지만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의 보육료 지원을 종일반의 70%로 삭감하는 보건복지부의 개선안은 자연스럽게 휴지조각이 됐다. 여기서만도 7,000억여원의 예산낭비가 발생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서는 이용시간이 짧아 교사 인건비까지 절약할 수 있는 전업주부의 아이를 선호한다. 종일반을 이용해야 하는 맞벌이부부 아이들은 찬밥 신세다. 혈세만 줄줄 새고 정책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가 교육현장의 비교육화를 초래한 꼴이다.
전업주부의 0~2세 자녀 중 74%(약 40만명)의 어린이집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7시간을 밑돈다. 여기에 종일반 기준으로 1인당 월 75만~40만여원의 혈세를 쏟아 붓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ㆍ감면 축소에 앞서 혈세가 새나가는 구멍들을 메우는 데 힘써야 한다. 자녀를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는 모든 가구에 소득을 따지지 않고 가정양육수당(10만~20만원)을 주는 것도 재고하는 게 마땅하다. 고소득층에 대한 영국 정부의 육아수당 삭감을 거울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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