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전쟁인가. 정수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다. 터줏대감인 웅진코웨이의 아성에 중견 가전업체들이 도전하면서 시장 파이를 키워나가는 모양새다. 22일 정수기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수기 판매 및 렌탈 시장은 지난해 보다 최대 20% 성장한 12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2~3년 사이 최고 수준의 성장세다. 실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식수로 수돗물을 사용하는 가구는 80.1%에 달해 10년 전 70.7% 보다 9.4%포인트 상승했다. 정수기의 보급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웅진코웨이는 약 50%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다. 동양매직 15%, 청호나이스 10%, 쿠쿠홈시스 10% 등으로 2위 다툼도 치열하다. LG전자는 5%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공식적인 집계기관이 없다 보니 다소 오차는 발생한다. 정수기 시장은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데다 올해 초 일본의 방사능 이슈가 부각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돼 상반기에만 30%가량 늘어났다. 이 중 80~90%는 렌탈이다. 이에 따라 생활가전업체인 한경희생활과학도 ‘저렴한 가격 향상된 질’이라는 컨셉트로 다음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중소 생활가전업체들이 정수기 시장에 지속적으로 가세하는 것은 우선 정수기 보급이 전체 가구의 40% 수준이어서 성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기술수준이 높지 않아 대규모 투자 없이 진입이 가능하고 기존 가전제품 판로를 활용해 유통망을 구축할 수 있다. 지난해 시장에 뛰어든 쿠쿠홈시스는 1년 만에 10만대를 판매하는 실적을 올렸다. 이와 함께 정수기는 70% 가량이 방문판매로 이뤄질 정도로 비중이 높아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판도를 바꿀 수 있고 지속적인 사후관리 과정에서 다른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최근 동양매직, 쿠쿠홈시스 등 주요 업체들이 방문판매 인력을 확충하며 조직을 확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정수기는 크게 역삼투압방식과 중공사막방식으로 나뉜다. 역삼투압방식 필터는 순수한 물만 남기고 나머지는 거의 다 빼내는 방식으로 웅진코웨이, 동양매직, LG전자 등이 이를 이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중공사막방식은 중금속이나 방사능 물질을 걸러내지는 못하지만 식수로는 적합한 물을 만들어 내며 상대적으로 제조 단가가 낮다. 렌탈 기준 1만원대에서 3만원대 이상으로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정수능력의 차이에 따라 필터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수기 필터 교체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거나 일부 업체들이 애프터서비스를 소홀히 하는 문제는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2~3년 후에는 경쟁에서 처진 일부 중소업체들이 떨어져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수기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에서 정수기 분야가 반려됨에 따라 대ㆍ중소기업간 시장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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