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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어려운 선수엔 카트 탑승 허용해야 공정

■ 김승열의 Golf&Law <20> 장애선수의 배려

카트 이용 않고 걸어서 이동하는 프로골프

신체장애 마틴, PGA 카트요청 거부에 소송

美법원 "카트 타도 골프 본질 훼손 없다"

프로골프 대회에서 선수들은 규정상 걸어서 플레이해야 한다. 예외로 연장전의 경우 빠른 진행을 위해 카트를 타고 티잉그라운드로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 골퍼의 경우는 어떨까. 그들에 대한 배려는 어떻게 하는 것이 형평과 정의의 관념에 부합할 것인가. 다시 말하면 장애가 있어 걷기 어려운 프로골퍼에게 카트를 타고 이동하도록 허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명한 미국연방대법원 판결이 있다. 1997년 케이시 마틴이라는 프로골퍼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출전권이 걸린 퀄리파잉(Q)스쿨에 응시했다. 당시 PGA 투어 규정에 따르면 1·2차 Q스쿨 경기에서는 카트를 탈 수 있으나 3차에서는 예외 없이 걸어서 진행해야 했다. 신체적인 장애로 걷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마틴은 투어 측에 카트를 타고 경기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PGA 투어가 이를 거절했고 결국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게 됐다.

당시 미국 PGA 투어 규정은 장애인의 경우 합리적인 배려를 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쟁점이 된 사안은 장애인도 프로골퍼의 토너먼트경기에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인가, 나아가 카트 사용 허용이 골프경기의 본질적인 성격을 변경하는 것으로 해석되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에 미국연방지방법원은 걷는 데 장애가 있는 장애인이 걷는다면 정상인보다 더 많은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장애인의 카트 이용이 골프게임의 본질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연방항소심에서도 하급심판결을 지지했다. 이후 중요사건으로 간주돼 연방대법원 상고가 허가됐으며 2001년 연방대법원은 7대2로 장애인의 카트 탑승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급심의 판결과 마찬가지로 걷는 데에 장애가 있는 마틴이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골프경기의 본질적인 요소를 변경하지는 않으므로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판결은 하버드대 교수인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강의와 저서에서 진정한 정의를 판단함에 있어 어려움이 있는 사례 중의 하나로 소개돼 더욱 유명해졌다. 이 책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 판결은 지금까지도 법이 추구하는 정의와 형평 측면에서 여전히 사회적인 관심과 논란이 되고 있다.

골프 이외의 스포츠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 해소가 과학기술 등의 발전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장애인 육상선수인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를 들 수 있다. 지금은 여자친구 살해 혐의로 복역 중이지만 그는 양쪽 다리 아랫부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장애인과 경쟁했다. 치타의 다리를 본떠 만든 탄소섬유 재질의 의족을 착용하고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했다. 특히 절단장애인이 올림픽에서 비장애인들과 경쟁한 것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이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2012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법무법인 양헌 온라인리걸센터 대표·카이스트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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