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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진의 할리우드21] 44. 이란 파나히 감독 美서 감금
입력2001-05-01 00:00:00
수정
2001.05.01 00:00:00
이란의 설날 엄마를 졸라 받은 돈으로 금붕어를 사러 나간 소녀의 축소판 오디세이인 아름답고 감정 충만한 영화 '하얀 풍선'(The White Balloonㆍ1995년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후보)을 만든 이란의 명장 자파르 파나히가 지난 21일 뉴욕 JFK공항에서 미 이민국 직원에 의해 12시간 감금조치를 당했다.파나히는 이날 홍콩발 부에노스 아이레스행 여객기를 타고 가던 중 뉴욕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내렸다가 이런 수모를 받았는데 이민국측은 그가 통과여객사증을 소지하지 않았기때문이라고 감금이유를 밝혔다.
파나히는 12시간 감금된 후 다시 4시간동안 더 JFK공항에 머물렀다가 이민국직원에 의해 홍콩경유 테헤란행 여객기에 태워져 출국조치 됐다. 파나히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영화제에 참석한 뒤 그의 최신작 '순환'(The Circle) 개봉에 맞춰 샌프란시스코와 LA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미 이민국 조치에 분개, 미국행 여행을 취소해 버렸다.
파나히는 자기 거주지인 테헤란에 도착한 뒤 뉴저지의 윌리엄 패터슨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는 친구인 잠시드 아크라미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분노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잠시드는 파나히가 "나는 '순환'을 우리나라의 여성들이 겪는 불의를 고발키 위해 만들었으며 그런 까닭에 나는 나 자신에게 가해지는 그 어떤 나라의 불의도 용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잠시드는 또 파나히가 "작년에 전미 비평가위원회가 내게 준 표현의 자유상도 반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8월 개봉예정 인 '순환'은 이란을 하나의 거대한 여 죄수 교도소로 고발한 작품으로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서 대상을 받았다. LA에서는 18일 개봉된다.
파나히의 불상사는 그가 JFK공항에서 모욕적이라는 이유로 지문찍기를 거부하면서 일어났다. 그런데 미국무성은 테러리스트들의 국내 잠입을 막기 위한 조치로 특정국가 사람들이 미국 땅에 내릴 경우 지문을 찍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파나히는 작년 9월 뉴욕영화제에 초청됐을때도 지문을 찍어야한다면 입국하지 않겠다고 고집해 특별조치를 받은 바 있다. 영화제의 위원장인 리처드 페냐가 국무성에 탄원, 파나히는 지문을 찍지 않고 입국했었다. 파나히는 또 지난 3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자신의 영화제 참석 때에도 지문을 안 찍고 입국했었다.
그런데 '순환'의 미국측 배급사인 윈스타는 영화 홍보차 파나히를 미국에 데려오기 위해 국무성과 접촉, 파나히에게 특별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파나히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영화제가 끝난 후 미국행을 거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미 이민국측은 특정국가의 시민은 비록 그가 비행기를 갈아 타기 위해 미국땅에 내릴 경우에도 반드시 통과 여객사증을 소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통과여객사증이 없는 사람은 미국내 불법입국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간주해 감금된 뒤 지문과 사진을 찍게 되며 그 뒤로 출국지로 송환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파나히는 JFK공항에서 지문을 찍는 것은 물론이요 얼굴 사진 촬영조차 거부했는데 자신이 지갑에 소지하던 자기 사진을 제출하고 출국조치를 당했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편집위원ㆍ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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