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지난주 국내에 상륙한 도요타 캠리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달에 2010년형 그랜저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인다. 이는 내년 상반기 신형 그랜저 출시를 앞둔 상황으로 볼 때 이례적인 경우다. 28일 현대차의 한 고위관계자는 "오는 11월 2010년형 그랜저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예정에 없던 차량 부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내년에 신형 그랜저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해 내놓게 됐다"고 덧붙였다. 2010년형 그랜저는 기본적인 뼈대는 유지한 상태에서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및 테일램프를 비롯해 신차에 적용되는 디자인 등을 미리 적용해 상당한 디자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랜저는 지난 1986년 그랜저 1세대 모델이 처음 출시된 후 지난 23년간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3세대 모델을 토대로 2002년 3월 한 차례 나온 것이 전부다. 현대차가 이처럼 서둘러 그랜저 연식변경 모델에 공을 들이게 된 이유는 최근 국내에 상륙한 도요타 캠리를 의식한 맞대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캠리의 가격 전략이 신형 쏘나타와 그랜저의 틈새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달 24일 그랜저급의 기아차 준대형 신차 K7까지 출시되면 현대차 그랜저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팀장은 "도요타가 캠리를 월 500~700대 수준으로 소량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현대차가 80% 이상 독점하고 있는 내수 시장을 벌써부터 교란시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현대차 입장에서는 그랜저가 도요타의 타깃이 되는 것으로 판단해 갑작스럽게 2010년형 그랜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랜저(2.4~3.3리터)의 가격은 2,646만~3,938만원으로 3,490만원의 도요타 캠리(2.4리터)와 비슷한 가격대이다. 그랜저는 올해 1~9월 현대차 판매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쏘나타, 아반떼에 이어 3번째 베스트셀링카다. 그랜저 등 7개 모델이 속한 대형차 세그먼트는 올 들어 9월까지 전체 차급 가운데 15.9%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그랜저가 절반 이상인 7.4%를 점하고 있을 정도로 내수 시장에서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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