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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원高 속 엔低 대비하자


얼마 전 한 학계 세미나에서 미국의 계속되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점도 한국의 수출에 타격이 되지만 동시에 원화가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일 경우 충격은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경우 대부분 원화와 엔화는 비슷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엔화에 대한 원화 강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본도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지난 9월 10조엔, 10월 11조엔의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드문 일이다. 그 결과 원화는 달러화뿐만 아니라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외환ㆍ금융위기 직전 장기간 엔低

사실 원화는 지난해 10월을 바닥으로 추세적으로 강세(환율하락)를 지속해왔다. 지난해 10월과 지난 2일 환율을 비교하면 원ㆍ달러는 1,155원45전에서 1090원90전으로 5.6% 하락한 반면 엔ㆍ달러는 76.61엔에서 80.18엔으로 4.7% 올랐다. 이에 따라 원ㆍ100엔 환율은 1,508원22전에서 1,360원65전으로 9.8%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이 위기의 와중에 있는 동안 안전자산으로서 높은 가치를 지속해온 엔고(高) 시대가 저물고 다시 엔저 시대가 도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특히 미국ㆍ유럽의 양적완화 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도 5월 이후 경상수지가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당분간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한국은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불황형이기는 하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됨으로써 원화 절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1997년 금융위기 이전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처럼 엔화에 대한 원화의 고평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일본은 자동차ㆍ전자제품ㆍ철강 등 주력 수출품에서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엔화 약세로 일본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좋아지면 한국의 수출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1995년 4월부터 1997년 2월까지 원ㆍ100엔 환율이 918원50전에서 704원65전으로 23% 하락(원화가치 상승)하자 경상수지 적자폭이 커짐으로써 외환위기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도 엔화에 대한 원화의 고평가가 장기간 진행됐다. 2001년 9월 1,090원14전이던 원ㆍ100엔 환율이 2007년 7월 755원57전으로 31% 하락하자 경상수지 흑자폭은 감소했고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이처럼 엔화가 약세일 때 한국경제는 언제나 위기를 겪었다.

반대로 한국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도 지난 4년간 그런 대로 선방할 수 데는 원ㆍ엔 환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지속해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선진국 양적완화 적극 대응 필요

지난해 프랑스 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과도한 자본이동으로 환율 변동성이 무질서할 경우 자율적으로 거시 건전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자본이동관리 원칙에 합의했다. 한국은 이러한 국제적 컨센서스를 토대로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국의 무분별한 양적완화 정책이 원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다 적극적으로 통화환율 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 자신은 무분별한 양적완화 정책을 취하면서도 적반하장격으로 한국을 환율조작국 운운하는 등 엄포를 놓는 미국 등에 보다 당당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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