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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醫藥大유학생 갈곳없이 떠돈다
입력2001-02-11 00:00:00
수정
2001.02.11 00:00:00
中醫藥大유학생 갈곳없이 떠돈다
한의사가 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나는 유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으나 정작 이들은 중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진료행위를 할 수 없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도 실직자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유학생들이 졸업하자마자 한ㆍ중 어디에서도 진료를 못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
먼저 중국정부가 이들에게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지 않으면서 현지 개원조차 법적으로 금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고, 두 번째는 우리 정부도 한의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학제와 차이가 있고(한국 6년, 중국 5년) ▦중국이 한국 유학생은 조건 없이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인력의 교류방안은 기피하고 있으며 ▦졸업생의 경우 현지에서도 중국정부가 진료행위를 철저히 막고 있다는 것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다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누구나 현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관광목적으로 출국한 후 단기 교육과정을 밟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큰 이유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는 관련 교육을 신뢰할 수 없는 요인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11일 한의학계에 따르면 92년 한중수교 이후 불붙기 시작한 중국 유학 한의사 지망생은 매년 200~300명 정도 유지하다가 97년 IMF 이후에는 연400여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2000년 12월말 현재 베이징약대를 포함, 상하이ㆍ텐진 등 중국 내 27개 중의약대에 1,500여명이 재학중이다. 지금까지 졸업생은 2,000여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유학생들은 불투명한 진로 때문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몇 해 전 중의약대를 졸업하고 서울 강남구 한의원에서 진료보조 업무를 하고 있는 김모(35ㆍ남)씨는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돌아와 새로운 일거리를 찾지만 일부는 한의원 등에서 진료보조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졸업생들에 대한 확실한 안전장치가 없는데도 중국유학생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규제가 언젠가는 풀리겠지"라는 심리가 강하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의학계 관계자는 "학비만 연1,000만원 정도인데다 생활비까지 보태면 1,500만원~2,000만원은 필요하기 때문에 5년간 1억원은 투자해야 한다"면서 "제도적 보호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유학을 가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중의약대 재학생과 졸업생의 청원과 법적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유학생들은 98년 3월 복지부에 '한방전공 외국대학 인정 청원서'를 제출한 뒤 같은 해 7월 서울행정법원에 '한방전공 외국대학 승인처분' 소송과 위헌심판을 신청했으나 모두 패소했다.
한의학계는 이와 유사한 소송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중의약 의사 자격시험 기회를 부여할 경우 소송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설사 법개정이 이루어지더라도 기존 졸업생은 수혜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면서 "한방관련단체나 교육기관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적극 알리고 있지만 먹혀 들어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졸업생들의 진로ㆍ문제점
졸업생들 대부분은 의료와는 관계없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현지 대학원에 진학한다.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중의학 이론을 더 많이 공부할 수 있는데다 한국에서 중의약대 유학생들에 대한 제한규정이 풀릴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비교적 대체의학에 관대하고 중의약대 졸업장을 인정해 주는 미국ㆍ캐나다ㆍ유럽 등에서 개원하기도 한다.
미국으로 건너가 한의사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험과정을 민간기관이 관리, 까다롭지 않아 자격시험에 쉽게 통과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까지는 영어나 일어로 시험을 치러야 했지만 올부터는 한국어도 생겨 한결 수월해 졌다.
그러나 대개의 졸업생들은 무직상태로 있거나 의료계와 무관한 일에 종사하고, 일부는 국내 한의원 등에서 불법 진료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어 환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복지부 한방정책관실 관계자는 "일부 유학생들이 졸업 후 국내 한의원 등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아직 단속에 적발된 적은 없다"면서 "환자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유학생을 '그들만의 문제'로 덮어둘 수는 없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중국정부가 통상마찰 등을 들어 외교카드로 악용할 경우 우리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는 까닭이다.
박상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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