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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차 나들이] 재규어 XJ 2.7 디젤

가솔린차량같은 승차감 '군살없는 몸매' 눈에 쏙


대학시절 만났던 한 영국인 영어강사는 ‘재규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하곤 했다. 카매니아였던 그 강사는 자동차 얘기만 나오면 재규어의 전통과 기술력을 자랑했다. 영국 최초의 자동차 브랜드로 왕실 전용차로 널리 알려진 재규어를 피부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시승 모델은 XJ 2.7 디젤. 이 시리즈는 지난 1968년 윌리엄 라이온스(재규어 창시자)가 재규어의 디자인 철학과 기술력, 세련미를 집약시킨 XJ6 살롱을 선보인 이래 현재까지 베스트셀링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장수 모델이다. 첫눈에 들어온 XJ 2.7은 ‘군살을 찾아볼 수 없는 몸매’에 우아한 기품이 보태져 있었다. 지난 9월 한국에 선보인 XJ 2008년형 디자인은 예전보다 역동적이면서 스포티한 스타일을 강조한다. 디자인의 변화는 그동안 고성능 버전인 R모델에 적용했던 크롬 메쉬 그릴을 상ㆍ하단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측면에는 파워 벤트가, 후면에는 크롬 처리된 트렁크 리드와 에어 스포일러가 새로 장착됐다. 영국 왕실 전용차라는 명성만큼 실내는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분위기였다. 수작업으로 완성된 천연우드와 가죽 시트는 영국 귀족의 우아한 이미지를 그대로 담아낸 듯했다. 시동을 걸자 한순간 가솔린 엔진차량을 잘못 탄 게 아닌가라는 착각이 들었다. 너무나 조용했다. 뒤늦게 확인한 사실이지만 차량의 내부소음은 유럽연합 기준보다 75dB (데시벨)이나 낮은 68dB. 불필요한 엔진 소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엔진룸의 구조를 바꾸고 방음재와 이중접합유리를 적용한 결과다. 이 정도면 정숙도를 자랑하는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엔진의 진동 또한 획기적으로 줄여 가솔린 모델에 뒤지지 않는 승차감과 정숙함을 전해줬다. 스티어링휠에서 느껴지는 진동을 없애기 위해 충격 흡수식 에어백을 장착했을 뿐만 아니라 엔진에 발생되는 진동 자체를 해소하기 위해 자동차 업계 최초로 능동적 엔진 충격 흡수 마운트(AEM) 장착했다는 게 재규어코리아측의 설명. 2세대 커먼레일 엔진인 V6 트윈터보 엔진에서 뿜어나오는 힘(최고출력 206마력, 최대토크 44.4kgㆍm)은 재규어의 명성을 실감케 했다. 미끈한 차체에서 전해지는 정숙한 저속 주행은 럭셔리 세단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으며 순간 가속이나 고속 주행에서는 야수의 본성을 숨기지 않았다. 독일 브랜드에 비해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한국인의 취향에 잘 들어맞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차량의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높낮이를 조절하는 셀프 레벨링 에어서스펜션은 뛰어난 승차감을 전해졌다. 다만 ‘ㄷ’자 형태로 배치된 변속기를 수동으로 전환해 작동할 때 다소 불편하다는 점이 다이나믹한 주행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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