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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외교 전쟁시대… 서희에 길을 묻다

■ 서희의 외교 담판 (장철균 지음, 살림 펴냄)


우리 역사상 가장 뛰어난 담판이라면 고려시대 '서희의 외교 담판'을 꼽을 수 있다. 거란 장수 소손녕이 침범하자 문신 서희(徐熙)는 직접 적진으로 들어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는 고구려의 옛 터전을 근간으로 하였으므로 고려라 이름하고 평양을 도읍으로 한 것이다. 만일 지계(地界)로 논한다면 귀국의 동경(東京)도 우리 경역 안에 있는 셈인데 어찌 침식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압록강 안팎도 역시 우리 경내였는데 여진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어 도로가 막히고 어려움이 바다를 건너는 것보다 심하다." 당당하면서도 논리적인 변론을 들은 소손녕은 군사를 돌렸고, 약속대로 고려가 압록강 동쪽 280리의 땅을 개척하는 것도 동의해 훗날 서희가 강동 6주를 개척할 수 있게 해준다.

장철균 전 스위스 대사가 쓴 '서희의 외교 담판'은 서희의 활약과 업적을 역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외교적 측면에서 지난 2004년 정리한 책으로,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저자가 서희를 주제로 책을 쓰기로 마음 먹은 계기는 한국의 바람직한 외교관상을 찾아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저자는 "전쟁 영웅은 많지만 전쟁의 위기를 미리 막아낸 외교의 영웅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서희가 뛰어난 외교 실력을 발휘할 수 있던 이유를 저자는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다. 첫째, 의사결정과정에서 서희의 대안 제시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최고 결정권자 성종의 역할이 컸던 것. 대부분의 신하들이 항전하기보다는 항복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서희는 항전한 후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성종이 서희의 손을 들어줬다. 둘째, 서희 본인이 지닌 상황판단능력과 협상능력을 비결로 제시한다. 즉, 명분은 거란에 주되 실리는 얻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시킨 것이다. 셋째, 고려의 국가 비전과 국방력이 뒷받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외교 전쟁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중국, 일본이라는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북한과도 협상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탁월한 외교력이 요구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외교력이 무엇이며 그 외교력을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지 깨달음을 주고 있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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