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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선동에 휘둘려 냉혹한 현실 외면한 그리스 국민

그리스 국민이 긴축안을 놓고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61.3%의 압도적인 반대표를 던졌다. 그리스 정부는 긴축 반대라는 '민의'를 방패막이로 삼아 채권단과의 재협상에 들어간다는 복안이지만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국제 금융계에서는 그리스가 결국 전면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의 예상과 다른 투표 결과는 오랜 무상복지 포퓰리즘에 중독돼 왜곡된 그리스의 국민의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제 혼란은 싫지만 증세나 연금 삭감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기는 더 싫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이탈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빚은 안 갚으면서 혜택은 최대한 누리겠다는 모럴해저드의 극치와 다름없다. 그리스는 2012년 이후 수차례 채무를 탕감받고도 자구책을 동원하기는커녕 방만한 재정운용과 연금보장·임금인상 등 퍼주기식 복지에만 열을 올렸다. 유로존 세금으로 간신히 지탱해온 판국에 자신들은 아쉬운 것 없이 펑펑 쓰다 보니 최악의 '민폐 국가'로 전락한 셈이다.

그리스의 몰락은 무모한 정치 선동이 나라의 미래를 망가뜨린 생생한 사례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혹독한 재정·경제개혁을 통해서만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진실을 감춘 채 국민에게 반대표를 선동함으로써 지도자의 책임을 방기하고 말았다. 그는 국민투표 직후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 국제사회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러니 그리스 정부가 구조개혁의 의지를 갖지 않는다면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백약이 무효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스 사태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정치권은 툭하면 무상급식·무상의료를 주창하고 '맹탕 공무원연금 개혁'에 만족하라며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당장 눈앞의 득실에만 급급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식의 근시안적 선전·선동이 활개를 치고 있다. 나라 돌아가는 모양새가 많은 점에서 그리스와 닮은꼴이다. 그리스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도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정부는 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비해 컨틴전시플랜을 마련했다지만 시나리오에도 없는 전혀 새로운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금융시장 급변동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가정해 만반의 대응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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