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투자자문회사인 골드만삭스가 '브릭스(BRICs)'라는 용어를 세상에 처음 내놓은 것은 지난 2003년 10월이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을 한데 묶어 이 네 나라가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떠올라 오는 2039년이면 지금의 경제대국인 주요6개국(G6)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 가운데 중국은 2015년까지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고 했다. 2004년에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중국과 인도를 합쳐 '친디아(Chindia)'로 부르면서 두 나라의 무서운 상승세에 주목했다. 中·인도 이어 경제대국 떠올라 이들의 예견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느낌을 주면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예견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은 지난해 일본을 추월했고, 이 기세로 간다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리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경제구도가 신흥시장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제 브릭스와 친디아의 부상은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브릭스의 성공에 자극받아서일까. 요즘 선진국의 경제전문기관은 브릭스 이후 주목받을 신흥시장국가에 대해 예측하면서 다양한 신조어를 쏟아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멕시코ㆍ인도네시아ㆍ한국ㆍ터키를 지목하면서 MIKT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그 밖에 다른 기관도 MAVINS(멕시코ㆍ오스트레일리아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나이지리아ㆍ남아공화국), CIVETS(콜롬비아ㆍ인도네시아ㆍ베트남ㆍ이집트ㆍ터키ㆍ남아공화국), VISTA(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남아공화국ㆍ터키ㆍ아르헨티나) 등의 용어를 만들어냈다. 이 용어들에는 조금씩 다른 나라들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여기에 모두 포함된 나라가 단 한 곳이 있다. 바로 인도네시아다. 주요 경제전문기관이 모두 '포스트 브릭스'시대의 일등 주자로 인도네시아를 지목한 것이다. 한반도의 9배에 달하는 광대한 국토와 2억4,000만명의 인구를 지닌 인도네시아는 중국ㆍ인도에 이어 차세대 경제대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로 주목받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5% 전후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세계 각국의 투자가 인도네시아로 몰려들고 있다. 한국 기업도 과도한 중국 의존도에 따른 위험에 대비해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1만7,5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최근 주요 섬을 기점으로 전국을 6개의 회랑(Corridor)으로 나눠 지역별로 특징적인 산업을 개발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뤄나간다는 전략을 준비했다. 일본 정부가 이 계획에 신속하게 반응하면서 지원을 약속했고,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참여를 준비 중이다. 더구나 이번주에는 인도네시아의 장관급 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해 여러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측은 자신들이 최근 입안하는 국가발전계획에 한국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 특히 단시간에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한 한국의 노하우에 관심이 많다. 한국도 인도네시아가 필요하다. 막대한 자원과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2050년까지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자 하는 인도네시아의 발전 과정에 함께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IT등 교류 전방위적 확대 필요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상호 간의 성장 과실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 협력 범위를 교역과 투자 중심에서 자원ㆍ에너지ㆍ정보기술(IT)ㆍ건설ㆍ과학기술ㆍ문화교류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양국 총리급을 위원장으로 민관합동 경제협력위원회를 구성해 각종 현안을 해소시키고, 투자보장협정과 기술표준협정 등 제도적 기반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정부는 개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향후 5년 내 국민소득의 0.25%까지 늘리면서 개발경험전수사업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한국의 산업정책연구를 담당하는 산업연구원도 정부 방침에 부응해 인도네시아의 산업개발전략 수립과 자문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포스트 브릭스의 선두주자,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에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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