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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셀프디스'의 한가함


권오중_수정


메이웨더-파퀴아오의 '세기의 대결'이 '세기의 졸전'으로 끝난 후 이런 의문이 들었다. '과연 두 선수는 상대방을 이기려는 생각이 있었는가'. 아웃복서인 메이웨더는 그렇다 쳐도 파퀴아오의 한가한 주먹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깨끗한 두 선수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이들이 그저 '지지 않으려는' 싸움을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셀프디스' 캠페인이 화제다. 문재인 대표가 광고 전문가를 영입해 시도한 야심만만한 프로젝트인데 미안한 평가지만 캠페인 자체로는 효용이 있을지 몰라도 '이기려는' 전략으로는 함량 미달이다. 손혜원 새정연 홍보위원장은 "자기반성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을 이번 셀프디스 캠페인의 기획의도라고 했지만 의도에 비해 반성의 깊이가 얕다.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문재인)' '호남, 호남 해서 죄송합니다(박지원)'부터 '저도 불끈하는 제 성격이 싫습니다(이용득)'까지 당 지지율을 회복하고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데 무슨 역할을 할까 싶은 것투성이다.



잘 알다시피 정치권 셀프디스의 원조(元祖)는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은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면 자신들을 깎아내리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지난 2004년 3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된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차떼기당' 꼬리표를 떼겠다며 취임 첫날 천막당사를 세웠다. 조계사를 찾아 고해와 참회의 108배를 하고 TV광고에는 회초리를 든 어머니까지 등장시켰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는 세월호 사태로 성난 민심을 돌리기 위해 광화문광장에서 '도와주세요' 1인 피켓 유세까지 벌였다. 조동원 홍보본부장의 설명대로 '반성과 혁신'의 유세 전략이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최근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비어가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셀프디스는 이런 것이야' 하며 한 수 보여준 것이다.

새정연은 챔피언인가 도전자인가. 도전자라면 '지지 않으려는' 소극성을 버리고 '이기려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 국민들은 잠시 웃기보다 최종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셀프디스다운 셀프디스가 흥하기 원한다. 다선 중진 의원들의 연이은 불출마 선언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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