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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올 봄엔 전세가 폭등 없다?


우리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지난해 우리 부동산 시장에 딱 들어맞았던 속담이 아닌가 한다. 지난해 초부터 급작스런 전세가 폭등은 일년 내내 폭등한 전세금을 감당해야 했던 서민들과 정책당국의 속을 시커멓게 타들어가게 했다. 봄이 지나면서 가을 이사철을 걱정하게 됐고 다가올 2012년 전세난까지 걱정해야 했다. 사실 지난해 전세가격 상승은 지난 2008년 이후 주택공급 부족의 여파로 나타난 것이어서 몇 년간 공급 부족에 의한 전세가격 상승이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경기둔화ㆍ다가구주택 등 급증 영향

그런데 지난해 가을 이사철은 예상과 달리 봄 이사철에 비해 상승폭이 높지 않았다. 이사철이 지나면서 가격 상승률이 둔화되더니 수도권은 12월 전세가격이 오히려 0.2% 하락했다. 이번 겨울방학은 학군 수요도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 이미 주요 학원가나 학군에 따라 이사 수요가 일면서 가격이 상승했다는 보도들이 나올 시점도 지나가고 있다. 이제 봄 이사철 수요를 살펴봐야 하는 시점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렇게 지난해 가을 이래로 가격 안정세가 유지되는 요인은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 이후 거시경제의 침체를 한 요인으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하반기에 다시 대두된 미국 경기침체와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은 우리 수출 시장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어 우리나라 경기침체를 예고했다. 전세시장은 국내 경기 흐름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인다. 특히 폭발력 있는 위기의 씨앗을 품고 있는 유럽의 재정위기는 2008년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경제위기 시에는 매매보다 전세가격이 먼저, 그리고 더 깊이 하락한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전세가격 하락세가 매매가격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이런 대외 경제 불확실성 증가와 우리 경제의 위기감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사 수요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요인은 비(非)아파트 부문에서 공급물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 가격 안정에 기여했다. 지난해 1~11월까지 다세대ㆍ다가구주택 인허가는 전년 동기대비 116% 증가했고 단독ㆍ연립주택은 22% 증가했다. 이런 주택 유형은 대략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완공되기 때문에 이미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는 입주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초부터 정부가 신속한 전월세 안정대책으로 조기에 공급 가능한 부문에 정책역량을 집중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에도 비아파트형 주택 공급에 대한 저리자금 지원이 지속되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유지되기 때문에 공급 확대를 통해 전세가격 안정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적으로 실수요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전세가격 상승을 막는 데는 공급 확대만한 처방이 없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는 셈이다.

안정될 때까지 공급확대 유지를

다만 올해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의 공급은 부족하나 경기도의 공급량은 증가한다. 따라서 지난해와 같이 서울의 전월세 수요 가운데 일부는 경기도로 분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봄 이사철에는 이사 수요가 집중될 수밖에 없어 전세가격 상승세가 다시 나타나겠지만 지난해보다 상승폭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전세가격이 충분히 안정될 때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다. 공급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정책 지속성도 중요하다. 또 다른 측면은 지난해 이후 원룸 형태의 초소형 주택 공급이 크게 늘었지만 2~3인 가구를 위한 주택 공급 인센티브는 약한 편이다. 또 다른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있는지 자세히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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