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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신흥국과 차별화에 달러유입 반사익… 미국 경제지표가 변수

■ 원화 나홀로 강세<br>4개월여 만에 1100원 아래로 무너져<br>수출호조·펀더멘털 탄탄 상당기간 지속<br>미국 고용 호전땐 1100원대 재진입 예상

3일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모니터를 보면서 환율과 주가 변동 추이를 체크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원화가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예상됐던 '9월 위기설'과 비교하면 상당한 괴리가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라는 거대한 금융시장 흐름의 변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국내 외환시장 관계자들 역시 '뻣뻣하게 고개를 든' 원화의 자신감에 한번씩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하지만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수출 실적, 최근 잇따른 중공업체들의 수주는 달러공급을 늘리면서 원화강세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이 다른 신흥국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자신감도 커졌다. 그러나 원화강세를 바라보는 눈길은 아직 불안하다. 9월에 차례로 다가올 메가톤급 국제 뉴스에 시장이 어떻게 연쇄적으로 반응할지를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달러유입에 원화 '나 홀로 강세'=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2원60전 내린 1,097원90전으로 마감했다. 전일 9원50전 급락한 데 이어 이틀째 하락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내려선 것은 지난 5월9일의 1,091원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이날 역시 전일과 마찬가지로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과 역외세력의 달러화 매도가 환율을 눌렀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이 2,13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오후 들어 원ㆍ달러 환율 수준을 저점으로 인식한 결제수요가 유입되면서 하락폭은 다소 줄었다. 장중 원ㆍ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1,100원선을 하향 돌파하면서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도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 강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경제의 경상수지 흑자가 견고한데다 3,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등 자본흐름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조선 수주에 따라 약 3조5,000억원 규모의 달러가 하락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인도 등 아시아 금융위기 불안감에도 안 오르던 원ㆍ달러 환율이 최근 여건이 조금 개선된 것에 바로 빠지는 '매우 강한 모습'을 보이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환율 하락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정부 역시 적극적인 시장개입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공급부담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물량을 다 받아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세조정은 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분위기를 바꿀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 신흥국 차별화에 한국 '반사이익'=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의 차별화도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과 함께 싱가포르ㆍ대만ㆍ말레이시아 등 상대적으로 경제여건이 양호한 국가들과 인도ㆍ인도네시아 등 펀더멘털이 취약한 국가 간 글로벌 자금의 리밸런싱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미국 경제지표가 혼조세를 보이면서 전형적인 위험선호 거래 중 하나인 캐리트레이드 포지션이 형성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엔화ㆍ스위스프랑 등 안전통화를 조달해 아시아 통화에 투자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캐리트레이드는 언제든 확장 또는 청산될 수 있다.

외환시장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횡보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신흥국에서만 유독 차별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그러나 9월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국가부채 해결 문제, 독일 선거 등 변수들이 포진해 있는 상황이라 글로벌 자본이 아직 '저울질'을 하는 상태로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원화강세 향방 '안갯속'=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은 분명 근거가 있지만 문제는 이런 추세가 지속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시장개방도가 높은 한국은 대외변수에 따라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인다. 당장 6일 발표되는 미국 고용지표는 양적완화 축소 시점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정 팀장은 "만약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으로 미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일 경우 달러강세에 따라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다시 1,100원 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그간 시리아 사태 우려와 신흥국의 취약한 경제가 부각되면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대한 이슈가 잠잠해졌는데 지표 발표를 계기로 다시 시선이 테이퍼링에 쏠릴 수 있다"며 "테이퍼링이 일차적으로 달러강세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제는 자산시장 충격에 따른 간접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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