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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제 도입/무역역조 해소에 기여
입력1997-03-06 00:00:00
수정
1997.03.06 00:00:00
이정식 기자
◎에너지·교통난 완화로 국가경쟁력 향상/효율적 시간관리 국민여가 활동 도움도서머타임제의 실시여부를 놓고 정부일각과 노동계간에 찬반논쟁이 붙고있다.정부에서는 에너지절약차원에서나 선진국의 예를 들어 서머타임제실시를 주장하고 있다.또 여름철 낮이 긴시간에 서머타임제는 일상생활에서 효율적인 시간관리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그러나 정부의 주장은 주로 무역적자축소를 위한 에너지절약에 맞춰져있다. 이에대해 노동계에서는 서머타임제가 노동조건의 악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또 우리 생활문화가 서구의 서머타임제에 익숙치않아 오히려 근로의욕을 저상시킬 가능성이 큰데다 생활 리듬을 흐트릴 우려기 있다는 지적이다.정부일각에서 추진을 주장하고 있는 서머타임제의 장단점을 논쟁을 통해 들어본다.<편집자주>
태양이 일찍 뜨는 여름이면 누구나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때까지 서성대본 경험이 여러번 있을 것이다. 또 태양이 어중간하게 걸려 있는 때에 퇴근하며 남아있는 낮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해본 적이 많을 것이다. 서머타임제가 도입될 경우 아침시간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일과후 낮시간이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을 만큼 늘어나게 된다. 서머타임은 이같이 낮시간을 가치있게 쓰기위한 제도이다.
필자는 초등학교 일학년인 아들과 함께 서머타임을 실시하는 외국에서 서머타임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쓰이는지 그 일면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우리가 살았던 지역은 우리나라의 읍정도였는데, 여름이면 읍의 곳곳에서 어린이를 위한 야구단, 농구단, 축구단 등이 경기를 펼쳤다.
이같은 경기의 대부분은 부모들이 퇴근한 이후에 이뤄졌다. 부모들은 어린이들을 경기장까지 데려다주고 자식들이 좋은 경기를 보일 때마다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부부동반으로 참여하는 부모들도 물론 다수 있었다.
한편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대원들도 여름에 많은 야외활동을 하게 마련인데 부모들이 참여함은 물론이고 퇴근후 낮시간이 주로 이용되었다. 이러한 모든 활동들은 「가정의 가치」개발과 「가화만사성」에 이르는 가교가 될 것이다.
청장년을 중심으로 동호인의 모임이 많아지는 것도 여름철과 그 전후이다. 이 동호인의 모임이 직장단위로 이뤄질때 사업체의 생산성도 동반하여 향상될 수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경노우대 행사도 여름철에 자주 이루어진다. 필자가 살펴볼 수 있었던 경노우대 행사의 하나는 여름철의 저녁 콘서트였다. 읍사무소가 그 콘서트를 주관하지만 청장년들이 자발적으로 그 행사를 위해 봉사했다. 이같은 행사들은 지역사회를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의 하나가 될 것이다.
필자가 살펴본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은 서머타임제도가 아동교육, 산업체의 생산성(경쟁력) 및 사회면에서 여러가지 긍정적 효과를 지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자타가 인정하는 선진국 대열에 동참하였다. 우리 국가가 국제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 우뚝 솟아날 것으로 의심하지 않으며 이 결과 국민소득은 날로 증가할 것이다. 누구나 짐작하겠지만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여가활동등 문화적 생활에 대한 욕구는 증가하기 마련이다. 서머타임제의 도입은 이러한 국민성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제도의 하나라고 본다.
서머타임제도는 또 교통문제, 에너지문제, 환경문제 등을 적게나마 완화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국토면적이 좁은 우리의 경우 러시아워의 교통혼잡은 우리가 지니고 살아야 할 짐이라 여겨진다. 서머타임제의 실시는 이같은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철에 해가 많이 남았을때 퇴근할 수 있다면 누구나 퇴근시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이는 러시아워에 발생되는 교통의 집중현상을 완화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교통의 흐름이 빨라지면 공회전되는 엔진시간을 줄여 값비싼 휘발유를 절약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서머타임제가 실시될 경우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분야는 주로 냉방과 조명용 에너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선선할 때 빨리 업무를 시작해서 오후 일찍 업무를 끝낸다면 냉방의 필요성은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여름철 시간을 한시간 앞당길 경우 자정이 보다 일찍 옴으로 인하여 조명시간이 짧아져 조명용 에너지가 절약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연구원의 절약정책연구팀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서머타임제도가 실시될 경우 우리의 전력소비량은 0.3%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거의 모든 에너지를 수입해서 쓰는 우리의 입장에서 이만한 절감량이 적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96년도 우리의 에너지 수입액은 약 2백40억달러로 무역적자규모와 맞먹는 금액이었다.
작금의 국제경쟁에서 지구환경문제의 해결없이 치열한 경쟁에서 승자의 위치에 설 수 있는 국가는 없다. 지구온난화현상을 저지하기 위하여 선진국들은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화석에너지의 사용량을 감축하고자 한다. 우리 국가가 이같은 추세에 동참하지 않고서 국제경쟁에서 이겨나갈 방안은 마땅치 않다고 본다. 서머타임제가 실시되어 에너지가 절약되는 만큼 우리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배출은 감소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나아가 우리의 국제경재력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머타임제의 도입에 대하여 여러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찬성과 반대의견이 혼재할 때 서머타임제도는 실질적이고도 효과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국민의 여론이 어느 쪽인가를 공정하고도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급선무라 생각한다.<심상열 에너지경제연 기획실장>
□약력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석사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에너지경제학박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기획실장
◎노동조건 악화 불보듯/근로시간 연장·변형근로 확대로 귀결/생체리듬 깨져 교통사고·산재 등 증가
지난해 유럽연합(EU)이 서머타임제를 다시 실시키로 결정하자 벨기에의 서머타임반대협회(ACHE)는 서머타임이 혼란만 초래하는 「미친시간」이라고 비난하며 반대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반대이유는 서머타임제가 인간과 동물의 생체리듬을 깨뜨리고 공해 및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등의 문제점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 등 지구촌을 경악시킨 대형사고들도 그 원인이 결국 담당자의 수면부족이나 수면 생리리듬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놀랄 일은 아니다.
시간에는 세 종류가 있다. 태양의 일주운동을 기본으로 한 물리적 시간과 신체내부의 생리화학적 변화에 근거해 이루어지는 생리적 시간 그리고 이들을 바탕으로 재구성되는 심리적 시간이다. 이들 시간중 효율성, 생산성, 불량률, 직무만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심리적 시간이다.
서머타임제는 물리적 시간을 바꿈으로써 생리적 시간과 심리적 시간까지 변화시켜 물리적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 시간의 변화에 생리적 시간이 적응하려면 최소한 7∼10일이 걸리고, 심리적 재적응의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서머타임제 실시직후 교통사고가 8%나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고, 프랑스에서는 자동차운행시간의 증가로 배기가스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커 서머타임제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물류비용과 에너지절약효과는 아주 미미하다고 한다. 또 겨울이 긴 나라나 여름이 매우 더운 나라에서는 서머타임제가 도움이 되지만 우리처럼 사계절 구분이 뚜렷하고 여름 더위가 견딜만한 나라에선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결론이다.
우리는 지난해에 날치기 노동법으로 엄청난 사회·경제적 파문을 겪었다. 그것은 노동자들의 희생위에 기업을 살리겠다는 정부 여당의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정리해고제를 도입하여 그동안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온 대기업의 부담을 완화시키고, 변형근로제를 실시하여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장시간 노동을 촉진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속셈이었다. 그런데 총파업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소규모기업 지원 특별조치법」을 만들어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퇴직금과 산재보상금을 삭감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이제 한술 더 떠 온 국민의 희생위에 우리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서고 있다. 해도 너무한다. 탁상공론도 이 정도면 가히 수준급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현재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고 있으며, 생산직 노동자는 아직도 잔업이 만성화되어 있다. 아직도 불법적인 2조 맞교대 근무가 보편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사무직도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아침 7시면 출근하고, 저녁에 일과시간이 끝나도 마음대로 퇴근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서머타임제가 도입된다면 , 노동자들의 생활리듬이 깨지고 퇴근시간이 늦어져 결국 근무시간 연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하루에 9명씩 산재로 사망하는 등 세계 최고의 산업재해국인 우리나라의 산업재해가 더욱 늘어날 우려가 있다. 또 수면시간이 한시간이나 줄어들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리나라에서 그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노동법 개정안에서 기정 사실화되고 있는 변형근로제와 결부되면 그 영향은 더욱 커진다.
새로운 제도 도입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전에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시간을 찾도록 노력하는 것이 급선무다. 원래 우리나라의 표준시는 동경 1백27.5도인데, 한일 양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위해 30분 빠른 일본의 동경 1백35도에 일치시킨 것이라고 한다. 서머타임제가 실시된다면 우리나라는 정상시간보다 무려 1시간30분을 앞당기는 결과가 된다.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도 우리나라 기준시를 먼저 찾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음으로 법정 근로시간 단축이나 실근로시간 단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정시에 출퇴근하는 사회문화적 풍토를 확립해야한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업안정망을 확충하고,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해소하는 한편으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복지 확충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급선무다. 과소비 억제를 위해서는 재산과 소득의 격차를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이를 위해 세제를 개선해야 한다. 끝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노동의욕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다양하게 찾는 일이 시급하다. 경제개발 초기단계나 후진국에서나 있음직한 노동의 양과 노동시간 중심의 접근방법이 이제는 노동의 질 즉, 노동자들의 능력개발과 한시간을 일하더라도 창의력을 발휘해서 성심성의껏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고 그러한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서머타임제의 무리한 도입으로 가뜩이나 「힘들고 피곤한 노동자」, 노동법 개악 파동으로 「일할 의욕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노동자」들의 끓는 마음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이정식 노총 기획조정국장>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노총 정책실 연구위원, 조사부장 등 역임
▲노총 기획조정국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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