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세로 요절한 이중섭(1916~1956)은 일제 강점기를 인생의 전부로 경험했다. 거칠게 울부짖는 소 그림이 일제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그가 일본 여인을 아내로 맞았다는 사실은 인생의 비극적 아이러니다. 수탉과 암탉이 입맞춤을 하는 듯 보이는 '부부'라는 작품은 애잔한 가족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일본 유학시절 만난 아름다운 여인 야마모토 마사코(이남덕)와의 사랑은 모든 반대를 극복하고 마침내 결혼으로 결실을 맺었으나 화가라는 고단한 현실의 삶에 부딪쳐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이별을 하게 된다. 헤어진 지 4년 만에 세상을 뜬 이중섭. 사랑하는 아내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될 줄 몰랐던 그는 수탉과 암탉의 애절한 입맞춤을 그리며 재회를 꿈꿨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