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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외환시장 직접 개입] 전쟁… 北核… 이례적 고강도 개입

한국은행이 보유 외환을 풀어 환율 상승을 막아선 것은 그 만큼 최근의 외환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반증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가 단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상당기간 원화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고, 이대로 방치할 경우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개입의 강도도 이례적으로 높다. 지난 주 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운(韻)`을 뗀 후 곧바로 달러를 풀기 시작해 연일 시장이 확연히 눈치 챌 정도로 움직였다. 한은의 의도대로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1,250원을 강한 저지선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직개입이 과연 언제까지 유효할 지, 또 97년말과 같은 외환위기의 악몽이 다시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에 대해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세계 4위의 외환보유 대국으로 부상한 만큼 외환위기를 걱정할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과도한 개입이 외환시장의 체질을 약화시키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지적이다. ◇시장안정 의지 `단호`=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 세계 주요국 통화에 대해 달러는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전쟁을 앞두고 달러가 약세일 때도 원화에 대해서는 초강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전쟁 이후`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정부와 한은의 시각이다. 또 이 같은 분석은 물가, 국제수지를 위협할 정도의 환율 상승은 견제하지 않으면 안되며, 어차피 시장을 컨트롤할 거라면 `확실한 개입`이 낫다는 판단으로 이어진 것 같다. 지난 11일 금정협을 통해 `외환시장 안정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직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후 바로 달러를 풀기 시작해 시장에 확실한 메시지를 던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시장개입의 관례상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특정 이슈가 과도하게 시장에 반영되거나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투기세력에 의해 환율이 왜곡돼 있다면 어느 나라 중앙은행이라도 당연히 바로잡거나 견제할 의무가 있다”며 “외환보유고는 원화 약세쪽의 왜곡을 막는데 충분하고도 넘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지난 15일 현재 1,235억3,600만달러로 일본, 중국, 대만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 ◇외환위기 걱정 없다=과거와 다른 점은 정부와 한은측이 시장개입 사실을 정면 부인하지 않고 있다는 점. 한은 관계자는 시장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의례적인 `노 코멘트` 대신 “시장이 말해줄 것”이라며 완곡하게 시인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을 통해 달러를 팔면서도 굳이 시장이 눈치채지 않도록 조심하기 보다는 `한은이 나섰다`는 사실을 시장에 알리려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97년말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한국은행은 `세계적인 큰손`이 됐다”며 “한은의 시장 장악력은 확실하며, 환율이 다소 불안해도 외환위기, 유동성위기,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한은도 필요 이상의 `오버 액션`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입은 투기세력들에 대한 `엄중 경고`와 함께 현실적인 환율 저지선을 시장에 알림으로써 특수 요인에 의한 시장불안을 잠재우려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한은의 이번 개입은 시의 적절했고, 효과도 충분했다”며 “그러나 개입 강도가 더 심해지면 외환시장의 체질을 약화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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